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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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탄핵 심판 선고가 전국에서 울려 퍼졌을 때,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사회는 봉합을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피청구인 윤석열은 결국 대통령 직위를 잃어버렸으나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과 이젠 그의 탄핵이 아닌 ‘내란 종식’을 원하는 시위대들은 거듭 집회를 열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 퇴거 움직임이 더뎌지자 관저 인근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찬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 여의도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까지 헌법재판소 등 사법을 정치화했고,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대신 광장에 앞장서서 대립을 이끌었다.
특히 분열 양상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조기대선이 오는 6월 3일로 예정되면서, 한반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복귀를 부르짖던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갈라져 있고, 정치권은 민생을 굽어살피기엔 머지않아 있을 권력 쟁취에 자신들의 밥그릇 크기 늘리기에 혈안이다.
연일 등장하는 자격을 갖춘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예고돼 이미 악화된 한반도 경제 상황을 담보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 대한민국은 남을 헐뜯는 자질이 충분한 ‘싸움꾼’이 아닌 국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일꾼’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중의 첨예한 갈등이 자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한국은 90일간의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F(Finanancial)4’ 중 한 명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JP모건은 이번 상호관세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체 대미 무역흑자의 70%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협상의 시간이 주어진 만큼 소통을 통해 ‘턴어라운드’해야겠지만, 대통령의 부재로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우여곡절 끝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대통령이 부재한 한국을 패싱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에 부재중인 것은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정치 문화 때문일까,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컫던 대한민국의 시민사회에서 존중은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와 보수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정치 성향은 국민들 간 반목을 거듭하면서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거듭된 경제 마비에 민생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정치계 탓에 아예 ‘무관심’으로, 혹은 ‘혐오’로 돌아서 버린 시민들도 적지 않은 느낌이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조기대선에서 국민들을 통합하고, 경제대국이었던 한국을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올릴 인물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정치권은 권력 다툼보다 화합과 통합의 장으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 분열을 선동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정치 방언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넌 되는데 왜 난 안 돼’의 내로남불식 미러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에 맞춰 국민 의식도 제고되야 할 것이다.
경제와 외교에서도 보다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이 강구돼야 한다. 수출 중심 국가인 대한민국이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민관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전개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자신이 계획했던 청사진과는 달리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바통을 이어 등장하게 될 차기 정권은 전 정권을 답습해 대한민국을 보다 현명한 길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