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국내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0.2%의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0.1% 이하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다 올해 1분기 다시 한번 역성장의 충격을 받게됐다.
특히 지난해 2분기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은 전분기의 높은 성장률(1.3%)에서 비롯된 기저효과인 반면, 이번에는 실질적인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3월 중 경제 심리위축, 산불 피해 등을 거론하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WTO(세계무역기구)가 발표한 상품 교역규모가 양수가 아닌 음수로 발표한데다, 다음주 IMF(국제통화기금)도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관세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1분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갔고 또한 여러 기타 요인이 있기 때문에 1분기 성장률은 상당 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IMF는 지난 22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춰 잡았다.
이에 1.5%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정책의 여파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장률 충격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성장률이 크게 후퇴한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꼽힌다. 소비와 투자가 모두 감소하며 전반적으로 성장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1분기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직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으며,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감소로 0.1% 줄었다.
특히, 건설과 설비 등 부문의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대폭 감소했으며,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줄어들었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는 각각 -0.4%p, -0.2%p로 집계되며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민간소비(0%p)와 정부소비(0%p)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특히,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0.6p로 성장률을 끌어 내렸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던 수출도 화학제품·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출에서 수입을 제외한 순수출이 0.3%p를 기록하며 내수와 투자 감소로 인한 성장률 하락폭을 상쇄했다.
이 외에도 1분기 성장률을 업종별로 볼 때 농림어업은 어업을 중심으로 3.2%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 수도사업은 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늘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1.5% 감소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