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21대 대선 (사전)투·개표 절차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21대 대선 (사전)투·개표 절차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3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생한 정치, 사회 분야의 혼란이 종식될 수 있는 시간이 오는 것이다.

주요 정당에서도 본선에서 싸울 후보군들을 속속히 정하고 링 위에 올리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대선 공약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정당의 대선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토론회 과정에서 정책 비전, 공약 발표보다는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거나, 의미 없는 폄하와 막말이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또 언론을 향한 막말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 후보의 경우 특정 매체 기자의 질문 기회 자체를 차단한다던지, 그런 질문을 왜 하냐는 막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2025년이 맞는지 의아한 장면이다.

이러한 당의 대선 후보도 아닌 경선 후보의 언론을 향한 적대적인 인식은 같은 당 지지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나 언론에 자신을 많이 알려야 될 경선 후보 시절에, 자기 입맛에 맞는 기자들을 고르려고 시도하는 것부터가 실소만 자아낼 뿐이다. 또 반대로 성향이 다른 정당에서 비슷하게 행동할 경우, 그 당의 후보를 물고 뜯을 것이 뻔한 사실에 어이만 없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생한 충격은 국민들의 마음도, 한국 경제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에서는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이 되었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선결(先決)되어야 했다.
 
하지만 선거가 36일 앞으로 다가온 동안 일부 후보만이 사과를 했고, 어떤 후보는 사과는 커녕 민주당 탓만 하는데 급급했다. 당대표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는 경선인데, 너무 집토끼만 의식했다는 지적만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가 키높이 깔창을 사용했는지, 눈썹 문신을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물가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경제는 어떻게 다시 살릴지를 궁금해 할 뿐이다.
 
올해 들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가서, 점심 사먹고 커피 마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빵, 과자 커피, 라면 등의 안오른 품목은 없고, 주요 프랜차이즈들도 줄줄이 인상 랠리를 이어갔다. 이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달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3600원으로 전월 대비 62원 올랐다. 비빔밥 가격 또한 전월 대비 77원 상승한 1만1385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학가도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 등이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1000원대에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PB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음식점이 아닌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구매하려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주말 특가, 할인 판매 등의 단어가 걸린 날 동네 대형마트에 가면 오픈런까지 하는 모습도 흔한 광경이 되어가고 있다.고물가 장기화가 빚어낸 씁쓸한 현실이다.
 
이렇듯 안 오른 게 없다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정당의 의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선 후보때 고물가를 해결할 묘안을 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 정부의 지출이 줄어든 탓에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가진 대선 후보도 있다.

특히 해당 후보는 연일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 시장적인 법안발의를 공언하는 등의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법개정안의 경우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아닌 기업 투자 저해와 소송 남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후보는 이보다 더 독해진 개정안을 대선공약으로 추진하는 것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후보가 추진할 개정안에는 국민의힘과 재계를 설득하기 위해 삭제됐던 조항이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도 추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안일한 상황 판단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는 침체를 넘어 성장 동력이 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초 이례적으로 “15조원에서 20조원 정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추경의 규모와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였던 최상목 부총리도 추경을 시사했다. 하지만 여당은 최 부총리의 추경 시사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안일한 상황 인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원내대표도 직접 한국은행을 찾아 한국은행법 1조을 거론하며 한은의 제1책무가 물가 안정이란 것을 명확하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추경이 너무 늦어도 늦었다는 질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 추경 금액을 두고도 너무 적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안일한 상황 판단 속에서 경기침체(R·Recession)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한은이 밝힌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는 -0.2%로 집계되었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 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하향될 수 있다고 시사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보고서 때보다 1.0%포인트(p) 대폭 낮춘 1.0%로 전망했고, JP모간도 종전 0.7%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안일한 상황 판단이 불러낸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특히나 2시간짜리 해프닝이라고 주장하는 계엄 사태로 인한 청구서는 아직 날라오지도 않은 상황이다.

대선까지 36일이 남았다. 대한민국의 성장판은 닫힐 위기에 놓여있고, 경제 전반에서 R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고물가는 장기화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바끼는 변화무쌍하면서 예측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은 경제 대선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확한 상황 판단과 맞춤형 경제 정책을 공약을 내건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키높이 구두, 가발 등에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편집국>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