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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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공약은 ‘잘사니즘’과 ‘통합’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실용주의 부각
상법개정안 재추진은 ‘우려’
21대 대통령 선거의 본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 당에서는 링에 올릴 후보군들을 확정했으며, ‘빅텐트론’ ‘정치공학적 판단’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연대와 단일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반면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는 현저히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투데이코리아는 공약이 대선용 빌공(空)자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연재 기사를 작성한다. <편집자 주>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경선이 이뤄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의 대결이자 도약과 퇴행의 대결, 희망과 절망의 대결이자 통합과 분열의 대결”이라며 통합을 14번 언급했다.
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차례로 거론하며 “늘 현명했던 그 선택의 한 축에 이재명의 ‘네 번째 민주 정부’가 뚜렷이 새겨질 수 있도록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20대 대선 당시 기본소득 등의 분배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다르게 ‘경제성장’을 내세운 것도 다른 점 하나로 꼽힌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수락 연설 당시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소득과 주택, 금융 등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매년 재원이 필요한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증세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반면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실용주의를 부각했다. 그는 “먹사니즘의 물질적 토대 위에 잘사니즘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도약하자”면서 “통합과 조화의 잘사니즘 행복국가”를 내걸었다.
지난 대선 당시 지방 분권 가치를 언급하며 대전 현충원을 찾은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특히 이 후보는 현충원 참배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는데, 이를 두고 중도·보수 확장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대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찾은 대전현충원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 묘역만 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 참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후보도 당시 언론과의 통화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본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내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는 게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지 않겠느냐”며 “정체성을 포기하고 갑자기 이승만 참배를 하고 그러면 오히려 휘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첫 일정으로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좌우의 통합이든 보수와 진보의 통합이든 똑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차이는 차이대로, 공통점은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사자성어 ‘구동존이’를 언급하는 등의 통합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후 행보는 경제였다. 이 후보는 같은 날 SK하이닉스를 찾았다.
특히 그는 SK하이닉스를 방문하기 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이던 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치열해진 AI 반도체 경쟁까지 더해져 이중, 삼중 위기에 포위된 것”이라며 반도체법 제정을 약속했다.
또 “반도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넓히겠다. 반도체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뿐 아니라 일단 격차가 생기면 따라잡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는 최대 10% 생산 세액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이 보수와 진보 진영이 혼재되어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 되는 부분은 이 후보가 지난달 25일 4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수도권 공급 확대와 서울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를 세계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 성남·수원·용인·화성·평택·안성에 조성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연구·개발부터 설계, 테스트, 생산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생태계가 될 것”이라며 “경기 북부는 국가가 주도해 산업과 SOC(사회 간접 자본) 대개발을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서울·경기·인천은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GTX-A·B·C 노선은 지연되지 않게 추진하고 수도권 외곽과 강원까지 연장도 적극 지원하겠다. D·E·F 등 신규 노선은 지역 간 수요와 효율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경기도가 제안한 GTX플러스 노선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 민주당 후보들이 내걸었던 공약과는 다른 부분들이 있다”며 “확실하게 경제 성장과 통합을 강조하려는 모양세”라는 평가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정책협약식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 상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을 밝혔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주주의 이익이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의 반대 속에서 결국 좌초됐다. 포기하지 않고 상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며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이에 앞서 강 의원은 지난달 29일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상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시간도 이유도 없다. 지금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는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주식시장 활성의 핵심을 정상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규정하며 상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주가 조작을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하고, 대주주들의 지배권 남용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상법 개정도 이번에 실패했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생을 살리는 일의 핵심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그 중심에는 기업이라고 말하면서도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실용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는 부분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반(反)이재명 정서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실용주의를 전면을 내걸고 있다”며 “기존 당의 노선과는 다르지만, 중도와 보수층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꺼내든 전략이라 볼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