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5월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안현준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무위로 막을 내렸다. 특히 연일 심야 비대위, 당 선관위를 개최하며 혼란을 일으킨 지도부는 사과했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사퇴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경선에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자, 지난 9일 밤부터 교체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김 후보는 15일부터 16일 양일간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으나, 지도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의 과정은 정당사 초유의 과정들이었다. 10일 0시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새벽 김 후보 선출 취소와 함께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으며, 한 후보는 오전 3시 30분 당에 입당해 책임당원과 함께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김 후보는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이뤄진 후보 등록 절차에 신청하지 못하면서, 자격을 상실했다. 결국 한 후보가 단독 후보로 입후보하게 되자, 당내 반발 여론이 일었다.

김 후보도 이를 두고 “야밤의 정치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10일 오전 9시 40분경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이재명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어젯밤 괴물로 변해버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축출하려 했다”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신속한 단일화 주장으로 국민과 당원의 지지 얻어놓고 막상 후보가 되자 시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후보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서 당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며 “읍참마속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후보도 단일화에 대해 국민의 명령이라며, 모두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는 같은 날 오후 4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안팎에서 불거진 강제 단일화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 이유 여하를 떠나 국민과 당원들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매 순간 승리에만 집중하고, 그 순간 이전의 모든 과거는 잊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만 갔다.

김 후보와 함께 경선을 치뤘던 안철수 의원은 후보 교체 상황을 두고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잠든 한밤중에 기습 쿠데타처럼 민주적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취소시키고, 사실상 새 후보를 추대하는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참담하다”며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당 내 의원들도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배현진 의원은 “심야 빈집 털이”라고 비판했고, 장동혁 의원은 “강제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 속에서 당심의 선택은 김문수 후보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후 11시쯤 비대위 회의를 열어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지만,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근소한 차이로 많이 나오면서 교체 안건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또한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라며 사의를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자격 회복 후 입장문을 내고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후보님, 홍준표 후보님, 안철수 후보님, 나경원 후보님, 양향자 후보님, 유정복 후보님, 이철우 후보님 모두 감사드린다”며 “후보님들과 함께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한덕수 후보를 향해서도 “끝까지 당에 남아 이번 대선에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연대하겠다”며 “국민의힘은 혁신으로 승리의 터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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