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끝없이 이어지는 경제 불황과 고용 불안정의 터널 속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무겁다.
 
수많은 청춘들이 좁디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불안정한 계약직인 경우가 허다해 이들은 더욱 좌절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청년고용률은 44.5%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반면 실업률은 7.5%를 기록해 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쉬었음 청년’ 인구는 2022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4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의 구직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구직단념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도한 경쟁 사회 구조로 구직 의욕을 상실했거나, 저성장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에 불안정했을수록 ‘쉬었음’ 상태로 남는 비중이 높았다.
 
또한 쉬었음을 선택한 사유로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 ‘교육·자기계발’(35.0%)이 가장 많았으며 ‘번아웃’(35.0%), ‘재충전이 필요해서’(27.7%) 등의 심리적 비율도 상당했다.
 
이에 대해 이정한 고용정보원 고용정책실장은 “청년들이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취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었다고 방황하는 상황이 쉬었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무기력하게 일자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초기 개입과 지속적인 심리적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들과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와 자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75.4%(8436명 중 약 6360명)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을 생각했던 고립·은둔 청년 중 26.7%(1698명)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면식도 없는 남성 1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선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계속되자 은둔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0년 넘게 은둔 생활을 이어 온 동생이 친형을 향한 살인 협박 글을 SNS에 올린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범죄를 결코 정당화할 수 없으며,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폭력을 이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심리적·사회적 단절의 과정을 거쳐 범행에 이르렀는 지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던져야 한다.
 
다만,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적전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졸업한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졸업 후 4개월 이내 조기 개입해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판 청년 취업지원 보장제’를 시작했으며, 청년 대상 심리상담도 확대했다.
 
또한 청년 등 취약계층의 고용 안정을 위해 ‘청년도전지원사업’,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운영하며 청년 일자리 사업을 차질 없이 집행하고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취약 청년을 발굴하는 방식이 부모나 지인을 통한 방식이며, 실질적인 취업 안내는 고용센터 자체 상담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젊은 인재들이 제때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현실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더이상 청년들의 고통을 개인적인 노력 부족이나 운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청년 세대가 겪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청년 세대가 희망을 잃고 좌절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 또한 어두울 것이다. 벼랑 끝에 선 청춘들이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