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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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국내 첨단제조업 생산 및 수출 성장에 있어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효율적인 대응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한국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제조업 등 고기술 제조업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1% 증가 시 1~3년 동안 생산과 수출이 각각 평균 0.05%, 0.16% 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는 생산 공정을 분업하는 수직적 방식과 달리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구조를 띤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확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관련 투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설립,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투자 확대 발표 등이 수평적 해외직접투자의 사례로 꼽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액 중 수평적 투자액의 비중은 62.8%로 지난 2010년(52.5%) 대비 10%포인트 가량 늘었다.
 
또한 지역별로는 최근 5년간 미국으로의 투자 비중이 지난 2020년 63%에서 지난해 87.3%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GI는 이를 두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반도체법 등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를 통해 자국으로의 기업이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평적 해외직접투자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생산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제조업(반도체·배터리 등)을 비롯해 고기술 제조업(자동차·화학 등)에서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1% 증가하면 국내 생산은 1년 후 0.04% 성장했다. 이후에도 2년 후 0.06%, 3년 후 0.05% 등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면 중저기술 제조업(식료품·섬유·목재 등)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또한 보고서는 기술집약적 제조업에의 경우,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할 시 지역과 무관하게 국내생산이 늘어나는 보완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SGI는 “첨단 제조업의 특성과도 연관되는 결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더라도 국내에서 R&D 및 기술지원이 유지되면 동 분야에 대한 해외 기업의 협력투자가 이루어지는 양방향 투자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저기술 제조업의 경우 미국에서의 투자가 유의한 수준의 부정적 생산 효과가 나타나 다른 양상을 보였다.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는 수출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는 고기술 제조업에서 투자 후 1~3년 간 평균 0.16% 수출이 증가했으며 중저기술 제조업에서도 0.11% 성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현지 시장 대응을 넘어 국내 본사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다만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는 국내고용 증가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 생산 기반이 약화되는 산업 공동화(deindustrialization)를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과 수출활동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설립된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수익과 이자수익 등이 본국으로 환류 되면 본원소득수지(primary income balance)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새로운 경제구조 전환의 관점에서 수평적 해외직접투자의 확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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