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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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은행의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2024년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은 연평균 2.0%로 2001~2012년 대비 1.6%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소비의 추세적 둔화에는 여러 구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의 소득창출여력, 소비성향, 소비구성 변화 등을 통해 소비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먼저 인구규모 감소는 성장잠재력 저하, 수요기반 약화 등을 통해 소비를 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는 각각 2019년 3760만명, 2020년 518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에 놓였으며 이후 2035년 각각 3190만명, 508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한은의 분석 결과, 2023~2024년 소비증가율은 인구 감소로 평균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의 급격한 확대는 ‘평균소비성향’, ‘소비여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구성 측면에서도 고령화·저출생 등 인구구성 변화로 소비항목별 영향이 차별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대비 등 예비적 저축으로 전 연령층의 소비성향이 하락한 가운데 고령층 확대가 전체 소비성향을 더욱 낮췄다. 이에 지난 2022~2024년 전체 소비성향은 70.0%로 2010~2012년 대비 6.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연령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수준은 50대에 비해 약 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령층은 부채부담이 클수록 소비가 줄었으며 타 연령층과 달리 자가 보유 시 소비가 오히려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소득·고령층 등 내재적 취약성으로 인해 소비증대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2024년 중 전체 가계 소비증가율 1.1%에 대한 요인별 분해 결과, 1인 가구 확산 등으로 인한 전체 가구수 증가는 전체 소비에 0.2%포인트 기여했으나 1인가구 중심의 소비성향 하락은 전체 소비를 0.3%포인트 낮췄다.
이 같은 한은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소비 둔화폭 추정 분석 결과, 2013~2024년 중 소비증가율은 연평균 약 0.8%포인트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별로는 중장기 소득여건 측면에서 인구수 감소가 –0.2%포인트, 인구구성 변화가 –0.4%포인트 효과로 노동투입이 감소했으며 그 결과 성장 잠재력 소득 창출 여력이 저하되며 소비는 0.6%포인트 둔화됐다.
보고서는 “인구수 감소와 고령화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2030년 중에는 소비 둔화 영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인구요인의 간접적인 영향 경로까지 고려하면 소비 둔화폭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러한 추세·구조적 요인에 의한 소비 둔화 현상은 경기적 요인과 달리 경기대응 정책이 아닌 구조개혁이 적합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한은은 “예컨대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이후 자영업으로 과도하게 진입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용 일자리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하나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자영업으로 과잉 진입했을 때보다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노후 불안으로 인한 소비성향 위축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중심으로 고령층 계속근로 방식이 정착된다면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령층의 소비 감소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대한상의의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의 차지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70.3%로 2014년 대비 3.3%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60대의 평균소비성향이 69.3%에서 62.4%로 떨어지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 부진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등의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단기 부양책으로 한계가 있다”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활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