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626억4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577억1400만달러)과 비교해 약 49억달러 증가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큰 폭으로 증가한 이후 올해 1월 635억2900만달러에서 감소세를 이어오며 4월까지 넉 달 연속으로 감소한 뒤 이달 반등을 기록한 것이다.
달러 예금 잔액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것은 최근 낮아진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올해 초 1400원 중반까지 오르며 달러 예금에 한전자산으로서의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올해 초 고공행진을 이어온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감과 아시아 통화 강세 현상 등의 영향으로 최근 1300원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수출입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달러 예금 잔액 증가를 이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수출입 기업은 환율 불확실성을 고려해 예비용 자금으로 달러를 예치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의 수요 증가도 달러 예금 잔액 증가를 이끌고 있다.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하는 경우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환테크(환율+재테크)’를 통한 수익실현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자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몰리며 달러예금 잔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정점을 찍고, 투자 및 제조업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스탠스 역시 점차 완화적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어 약달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최근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에 대한 관세를 언급하며 달러 약세를 자극했다”며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와 경기 둔화 전망, 그리고 관세 정책 지속 등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