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포함되면서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과 다르게 추경 규모는 20조원 규모로 잠정집계됐다. 주요 사업은 소비쿠폰 전국민 지급이다. 정부는 국비 10조3000억원에 지방비 2조9000억원을 더해 총 13조2000억원이 소비쿠폰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번 추경을 통해 악순환을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 대로 침체된 내수 진작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현재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주요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진 만큼 신중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난 2018년 약 680조원에서 지난해 1175조원으로 2배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도 33.9%에서 46.1%까지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부채 비율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며 2030년에는 59.2%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국가채무 비율의 증가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조세 부담 증가나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 효과까지 번질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추경이 편성되기 이전임에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0%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 5월 말 10년 만기 금리는 2.563%에 불과했으나, 2.8%대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대규모 추경 편성을 예고함에 따라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발행된 국채는 약 207조원으로, 이미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대규모 추경을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경우 더욱 늘어나고, 금리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결국 국가가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증가해 재정 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사회복지나 인프라 투자 등 중요한 분야에 쓰일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채금리가 오르면 민간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며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일부 지출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있으나, 예산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채 발행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경에 포함된 일부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 확대는 소비 진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은 단기적으로 민생 경기 부양과 내수 촉진 등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채무이자 부담 증가, 신용등급 하락, 금리 상승, 통화정책 제약 등 경제 전반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현재의 국가채무가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면, 현재의 재정정책이 민생을 위한 수단이 아닌 포퓰리즘적 접근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생을 위한 정책이라면, 다음 세대가 그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 회복은 분명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속도와 규모보다 실효성과 향후 경제에 줄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 국채 발행 의존도가 높은 조건에서 속도만 빠르게 낼 것이 아니라 지출 효율화를 기반으로 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없는 재정 팽창은 결국 또 다른 추경과 채무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경이 경기 부양의 마중물이 되려면, 거기에 흘러가는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지출 항목 간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본예산과 추경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 시작은 단지 ‘추가로 풀겠다’가 아니라,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키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속도보다 균형이, 규모보다 방향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