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협외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국내 증권사의 IT 관련 채용 공고는 총 5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개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두 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연내 IT 부문에서 경력직과 신입사원을 각각 19, 17명씩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관련 부서에 27명을 충원했던 것과 비교해 50% 넘게 확대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AI솔루션본부 산하에 ‘마켓AI플랫폼팀’을 신설하고,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 학습·배포 과정을 통합한 ‘AIOps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내 왔다.
실제로 전산 투자에도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전산운용비로 389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억원 증가한 규모로, 자기자본 기준 국내 상위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도화된 IT 기술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자 한다”며 “AI·디지털 기반 자산 관리 플랫폼과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분야 채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IT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IT 서비스 기획·운영’, ‘디지털 서비스 기획·운영’ 분야에서 관련 인력을 모집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해 IT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IT 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오프라인 점포 감소와 HTS·MTS 등 온라인 거래 고객 증가가 거론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은 3월 말 기준 679개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00개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아울러 빈번하게 반복되는 금융사의 전산 사고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5년간 금융권 전산장애는 총 176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장애 시간은 48만4628시간을 기록했으며, 피해금액은 295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프로그램 오류’가 7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시스템·설비 장애(564건), 외부 요인(366건), 인적 재해(106건) 등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최근 증권·자산운용사 CEO들에게 ‘4호 CEO 레터’를 발송하기도 했다.
CEO 레터는 금감원이 주요 리스크 요인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각 회사 CEO에게 직접 전달하는 문서로, 현장에서 파악된 문제 사례, 개선방향, 타사 우수사례 등의 내용을 담아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CEO 레터는 단순히 ‘주의하라’는 추상적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사례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함께 담은 실용적 수단”이라며 “CEO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고, 경영진이 조직 전반의 리스크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