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은은 CBDC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은행권 입장에서는 유인책도 없을 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오는 30일 종료된다.
 
현재 테스트에는 7개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기업·부산)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은은 지난 4월부터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의 기본 기능이 실제 금융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향후 확장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다만, 2차 테스트를 앞두고 CBDC를 둘러싼 은행권과 한은의 이견이 발생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은행장들과 만나 CBDC 2단계 테스트, 스테이블코인의 규제와 발행 모델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CBDC 2단계 테스트 진행에 따른 현실적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테스트 진행에 있어 소요되는 비용 부담과 장기 로드맵 등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특히, CBDC와 대척점에 있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금융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CBDC 테스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화폐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발행주체와 가치가 연동되는 부분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한은은 CBDC 도입을 적극 추진하려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되는 경우 ‘대규모 인출 사태(코인런)’와 ‘자본 유출 확대’, ‘금융사고 가능성’, ‘통화정책 효과 저하’ 등 여러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 및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거나 기술 오류 및 관련 범죄 등이 나타날 경우 디페깅(de-pegging) 및 대규모 상환요구가 발생하여 코인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운용하고 있는 준비자산의 가치가 절하되거나 준비자산의 구성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한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을 초래하면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서 가져야 할 ‘단일성(액면가로의 보편적 수용)’과 ‘가치 안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는 경우 금융 시스템의 주변부에서 보조적 역할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통화로서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CBDC 테스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활성화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권의 상표권을 출원하며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을 조합한 ‘KBKRW', ‘KRWKB'를 비롯해 ‘KBST', ‘KRWST'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카카오뱅크도 같은 날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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