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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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플린(David Flynn) 해머스페이스 CEO는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플랫폼과 관련해 “단순히 데이터를 스토리지에서 추상화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으로 필요한 위치에 데이터를 신속히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며 “마치 VM웨어가 서버를 가상화해 자동화와 프로비저닝을 단순화했던 것처럼, 그런 개념을 데이터에 적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머스페이스는 데이터가 저장된 위치나 클라우드·스토리지 벤더에 관계없이 하나의 글로벌 데이터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이터-인-플레이스’(data-in-place) 아키텍처를 앞세운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은 아시아태평양(APAC) 내 전략적 진출국이다.
플린 CEO는 “VM웨어는 서버 활용을 간소화했지만 성능 저하라는 대가가 따랐던 반면, 해머스페이스는 데이터 엑세스 성능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며 “데이터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데이터 전송 방식은 ‘시내도로’에 비유된다. 여러 교차로(서버·전송 지점)를 거쳐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반면 해머스페이스의 기술은 병목 없이 곧바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소위 ‘고속도로’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의 핵심은 병렬 NFS(pNFS)다. 원래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15년 전 고안된 개념으로, 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곳이 해머스페이스다.
특히 메타는 자체 기술을 개발할 역량이 있음에도 해머스페이스를 선택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표준화된 기술이자 원하는 기능이 이미 구현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플랫폼은 GPU의 활용도를 최대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데이터 병목을 해소한다”며 “결국 해머스페이스가 제공하는 가치는 AI 파이프라인 전체를 빠르게 구축해 수익 실현 시점을 앞당기는 ‘타임 투 밸류’(Time to Value)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국 시장 진출은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한국의 AI 시장은 올해 3조4385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4.3% 성장해 4조463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날 이강욱 해머스페이스 한국지사장은 “국내 기업들은 AI와 HPC 워크로드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 수요가 높지만, 데이터 사일로와 성능 병목이 여전히 과제”라며 “해머스페이스는 표준 병렬 파일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어디서든 동일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GPU는 전력 소모가 큰 만큼, 한 지역에서 모든 처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멀티사이트 환경에서 분산된 인프라로 고속 데이터 전달이 가능한 해머스페이스의 기술은 AI 연산의 실질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머스페이스는 현재 국내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며, 일부 고객사와는 직접 시연 및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플린 CEO는 “한국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집중된 전략적 시장으로, 대부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라며 “현지 고객 지원 및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술적으로도 리눅스 기반의 최적화가 강조됐다. 해머스페이스는 자체 커널 패치 등을 통해 pNFS 성능을 10배 개선했으며, 기존 CPU 리소스를 최소화해도 고성능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오픈소스는 아니지만, 리눅스 사용자로서의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는 설명이다.
플린 CEO는 끝으로 “AI·HPC뿐 아니라 특수효과, 영화, 게임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해머스페이스가 쓰이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글로벌 VFX 협업에도 이미 도입돼 있으며, 앞으로도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인 기업들의 전략적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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