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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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유한 나라’라고 지칭하면서 방위비 분담을 압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자국의 방어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맹국에 대한 ‘오락가락’ 기조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을 직접 겨냥해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다.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공표했다.
특히 그는 “한국에 ‘너희는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에 동의했고,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을 벌었다”고 과시하듯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9년 진행된 제11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에 50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원)의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한국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1조389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제11차 협상은 오랜 교착 끝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인 2021년 극적 타결됐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바이든이 모든 걸 깎아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거듭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 규모조차도 사실과 다르게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말했으나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주둔을 경제적 손실로 규정하며 “그것은 그들에겐 하나의 도시 같은 경제 발전이지만, 우리에겐 엄청난 손실”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매우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동맹에 대한 안보적 공동 책임보다 ‘돈’ 중심의 접근을 고수하는 입장이 여전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는 같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는 추가 무기 지원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만의 ‘오락가락’ 정책 기조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일부 방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으며, 이는 내가 승인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강력한 공습 속에 우크라이나가 자력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 아래서다.
특히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나는 푸틴에게 매우 실망했다”며 “그는 항상 친절하게 말하지만, 결국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푸틴으로부터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다”며 “나는 상원에서 논의 중인 러시아 제재 법안에 찬성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러시아산 석유, 가스, 우라늄 등과의 거래에 대해 최대 5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일부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시작했다. 이달 1일에는 백악관이 관련 보도를 확인하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미국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결국 트럼프식 ‘오락가락’ 기조를 재점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안보를 거래로 보고, 동맹을 이익의 무게로 저울질하는 접근이 다시 워싱턴의 기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 전통 동맹국 간 신뢰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