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실제 교실 안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성적이 곧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이 말은 현실과 괴리된 이상처럼 느껴진다.
 
입시 경쟁이 과열될수록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심화된다. 학원은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아이들은 오늘도 교실이 아닌 학원에서 하루를 마친다. 이것이 사교육 과열의 현주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2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21.8%), ‘학교에서보다 더 공부시키려고(20.0%)’, ‘남들보다 앞서나가게 하려고’(18.4%) 등이 꼽혔다.
 
수도권에 위치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지난해 월평균 학원비가 130만원에 육박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서울이 약 136만원, 경기도 약 123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10.1% 증가했다.
 
또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일 평균 교습 시간은 서울이 5시간 24분, 경기권은 5시간 8분이었다. 이는 초등생 1·2학년 일 평균 수업시간(3시간 20분)보다, 중학교 1학년(4시간 57분)보다 긴 수준이다.
 
이에 대해 사걱세는 “전반적으로 소규모 학원은 점차 시장에서 퇴출되고, 경쟁력을 갖춘 대형 학원 중심의 재편 가속화와 학원비가 급등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제는 교실이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면서 교육의 목적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및 경기도 검정고시 지원자는 2022년 7076명에서 2023년 9185명, 2024년 1만65명 등으로 매년 늘어나더니 지난 4월 기준 1만1272명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 합격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2018년도 80명에서 2024학년도 189명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과거에는 학교 부적응 등의 이유로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정시 전형을 노리고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딸이 대입 농어촌학생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위장 전입한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A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딸이 중학교 진학을 앞둔 상황에 본인 친구 부모가 경남 밀양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고 해당 주택에 본인과 남편, 딸을 거짓으로 전입 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농어촌학생전형은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지역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인데 A씨는 이를 악용해 실제로 농어촌지역에 거주한 학생이 불합격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점차 학교는 입시를 위한 장소, 성적을 높이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데에 있다.
 
교실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타인과 부딪히고, 협력하고, 해결하고 성장해나가는 공간이다. 성적표에 적히지 않는 소중한 경험들이 교실 안팎에서 일어난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교육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학습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초학력 보장과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대학이 변하지 않고, 사회가 개인의 강점보다 학벌을 계속 중시한다면 학교는 입시 기계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기 위해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닌, 아이들 개개인의 삶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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