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지난해 10월부터 인하에 나서 올들어서도 두 차레나 기준금리를 낮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에는 동결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최근 수 개월간 크게 뛴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 급증을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소비 심리가 회복 추세를 보이는 등 최근 들어 경기 부진 우려가 다소 낮아졌다고 판단, 정부의 재정정책과 6.27 가계대출 규제 방안이 집값과 물가, 경기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살펴본 뒤 금리를 인하해도 늦지 않다고 본 것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저성장 부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추가 글리 인하가 가계대출과 집값을 자극,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와 있다"며 "경기 진작을 희생하더라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가계대출 추이와 주택시장 동향을 확인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여진다.
 
작금의 금융시장은 집을 사기 위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불안이 심화돼 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월 734조 원에서 6월 755조원으로 21조 원 증가했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에만 약 7조원이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조치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이 감소했다. 하지만 부둥산 계약 시점과 실제 대출 실행 시기의 차이로 인해 다음 달 까지는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역시 한은의 추가 인하 결정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는 한국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인해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탄탄한 미국 경제를 감안,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준은 이달에도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우리만 계속 금리를 인하할 경우 양국 간 금리 격차가 더 커져 어렵게 안정을 찾은 환율이 다시 오름세로 반전, 대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연내 한 두 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견된다. 가계부채 증가나 집값 급등을 막아야 하나 경기 부진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엔 미국 관세 충격이 보다 뚜렷해 질 것으로 보여 더욱 그렇다.
 
문제는 극심한 내수 침체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빚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은 금리 상승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23년부터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거 늘어나기 시작했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부진'이 50.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부진 이유가 50%를 넘은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부동산시장 움직임과 미국과의 관세협상 진행 과정이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의 불안이 해소돼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도 무척 중요하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집값과 대미 상호관세 협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아 다음 금리 인하 시기와 연말 전망에 대한 예측을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금통위원들도 전체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금리 방향에 대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나머지 2명은 연 2.5%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저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 성장률을 제고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 내년 말엔 1.75% 아래로 내려가기가 무척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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