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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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이번 합의는 단결과 우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룬 합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부터 8월 1일부로 EU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EU는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산 에너지 제품 7500억달러, 미국 내 추가 투자 6000억달러 등 총 1조3500억달러(약 1869조원) 규모의 미국 측 이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15% 관세를 수용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를 두고 “굉장히 힘든 협상이었지만, 결국 양측에 일자리와 번영을 가져올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합의된 관세율은 EU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10%보다 높지만, 기존 경고치인 30%의 절반 수준이며 영국·일본과 체결한 무역협정의 관세율과 유사하다. 반면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이 강하게 압박해 온 자동차 부문에서 유럽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2.5%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 EU는 총 385억유로(약 62조5800억원) 규모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와 관련해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협상이 결렬됐다면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됐을 것”이라며 “15%는 그에 비하면 낮은 수준(not to be underestimated)”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항공기 및 부품, 일부 화학물질,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반도체 장비, 핵심 농산물 및 원자재 등은 관세 0%를 적용받는다. EU는 향후 매년 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최종 조율은 아직 남아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날 회담 전 “의약품은 매우 특별하다”며 별도 협상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조사 결과를 2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기존 50% 수준을 유지한다. EU는 이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EU가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면서 미국과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주요 무역 파트너로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이 남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과 EU가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새 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미국과의 합의에 실패하거나, 관세율 등에서 일본·EU보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경우 한국은 수출 경쟁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EU가 상호관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점도 한국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캇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