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의 눈은 각 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사상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0조3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0.5%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는 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하는 금융그룹에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시장금리 인하와 함께 성장률 저하 및 내수 부진, 대내외 불확실성 등의 비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4대 금융그룹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증가하며 반기 기준 역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 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5% 소폭 증가했으나, 비이자이익이 환율 안정화와 국내 증시 강세 등에 힘입어 7.2%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 순이익을 각 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그룹이 3조4357억원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금융이 3조374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하나금융이 2조3010억원, 우리금융은 1조551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실적 상승과 함께 주주환원 관련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 추세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은 8%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13%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CET1의 목표치 13%를 초과하고 남는 자본은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등에 활용할 수 있어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하다.
 
가장 높은 CET1을 기록한 곳은 KB금융그룹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의 2분기 CET1은 13.74%로, 이번 실적발표와 함께 주당 920원의 현금 배당과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4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발표한 주주환원 규모는 8500억원 규모이지만, 배당가능 이익 초과분에 대한 6600억원을 이사회에서 우선 결의했다”며 “올해 결산이 확정되면 나머지 잔여분 1900억원을 주주환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도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배당을 활용한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시행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정책을 발표하고, 주당 570원의 2분기 현금 배당을 결의하는 등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의 하반기 자사주 정책 규모를 4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규모로 예상했으나, 그룹이 발표한 금액은 이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재무부문장(CFO)는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에서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 속도가 빠르다보니 2027년 이전에 전희가 목표한 5000만주가 달성될 것”이라며 “적절한 타이밍에 배당과 자사주 소각의 믹스를 유연하게 변동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저희 PBR이 0.8이 넘어가는 경우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을 통해 저희 은퇴세대나 개인고객에 대한 캐쉬플로우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적극적 RWA 관리를 통해 CET1을 빠르게 개선시키며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연초 발표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상반기 중 조기 이행한 상태이며,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과 주당 913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율 목표 달성과 관련해 “전년과 비교해 5% 이상 상승이 예상된다”며 “차질 없이 오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그룹도 CET1비율을 올해 6월 말 기준 12.76%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3bp 개선된 수치로, 연말 목표치로 제시한 12.5%를 이미 넘어섰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CET1비율이 기존 전망치 대비 큰 폭의 개선을 나타낸 점에 주목하며 13% 달성 이후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의 지난달 말 CET1비율은 12.76%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했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과 더불어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개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며 경쟁사와의 CET1 비율 격차도 3월 말 79~125bp에서 63~98bp로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상 주주환원율은 36~37% 수준으로 경쟁사와 격차가 크지만, 향후 CET1 13% 달성 이후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나타날 전망”이라며 “올해는 보험사 계열 편입 등 산적한 과제가 많은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는 주주환원율이 40% 근접하거나 이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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