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습. 사진=뉴시스
▲ 서울 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지난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진료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고령화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병상 수 같은 ‘공급요인’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영역별 지출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영역별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총진료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가입자 수와 고령화율, ‘요양기관 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의료 서비스 이용 패턴을 크게 변화시키면서, 환자의 수요와 의료 서비스 공급 증가가 진료비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진료 형태를 입원과 외래로 나눠 진료비 증가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입원 진료비는 고가 영상장비의 수에 따라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1% 증가할 때 진료비가 약 0.21%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병상 공급이 진료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병상이 만들어지면 채워지게 된다’는 의료 경제학의 법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외래 진료비는 인구 10만명당 의원 등 요양기관 수가 1% 많아질수록 약 1.64%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돼 공급요인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동네 의원이 늘어나면서 의료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도시화로 인한 비싸고 현대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증가하면서, 전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공급자 유발 수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요양기관 종류별로 분석했을 때 지출 요인은 더욱 명확히 구분됐다.
 
‘종합병원 입원 진료비’는 입원 진료비에 유의미하지 않았던 고가 영상장비 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병상 수 1% 증가 시 1.02% 상승, 보건물가지수 1% 증가 시 3.49%까지 올랐으며, 지역내총생산(GRDP)이 1% 증가할 때도 진료비가 0.9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의원 외래 진료비’는 인구 10만명당 요양기관 수가 1% 증가 시 1.39% 증가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가입자 수 1% 증가 시 1.05%, 고령화율 1% 증가 시 0.84%, 지역내총생산 1% 증가 시 0.42%씩 진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최근 진료비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이 기존 요인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합병원 입원 진료비에는 지역내총생산과 보건물가지수가 전반적으로 입원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의원 외래 진료비는 2017년 이후 ‘설명되지 않는 요인’으로 인한 증가율이 5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새로운 정책 변화, 의료 기술의 급격한 발달,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의 유행 등 고려되지 않은 지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영역별로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굴하고, 병상 수, 의료기관 수 등 ‘정책적 관리가 가능한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규명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연구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관리에 있어, 특정 지출요인들의 변화가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인 재정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사전적 재정 관리는 정책적 개입의 효과를 사전에 평가하고 재정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진료비 변동에 있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크다는 것은 기본 분석 요인들 외에 다른 중요한 변수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와 의료 공급자의 형태 요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