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안현준 기자 | 최근 초대형 투자은행(IB) 신규 인가 절차가 재개되면서 국내 증권업계 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특히 초대형 IB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발행어음’ 인가사업에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관련 시장 재편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례회의를 열고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았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이를 증권사(브로커)에 매각하는 구조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일 경우 신청이 가능한데, 인가받을 경우 자기자본 대비 2배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투자 여력이 확대되기에 초대형IB로 핵심 업무로 꼽히고 있다.
 
또한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을 경우 증권사의 신용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객 유치와 대외 신인도 제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타 증권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대형 증권사로서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만 인가받은 상황 속에서 하나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종투사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를 동시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투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만 재도전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최근 발행어음 사업자가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벤처·스타트업 등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는 방향을 담은 규제 도입을 시사하면서, 증권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증권업 기업금융(IB) 경쟁력 제고 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금융투자업규정,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 규정 등의 개정안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종투사가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국내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공급비율 2026년 10%에서 2028년 25%로 단계적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 하나증권 여의도 본사. 사진=투데이코리아
▲ 하나증권 여의도 본사. 사진=투데이코리아
이러한 상황 속 증권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발행어음 소싱·운용·판매·내부통제 전 부문을 아우르는 전사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는 등의 사업 인가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이달 5일에는 약 2950억원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해 재무건전성 비율도 개선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1,365%에서 1,585%로 220%포인트 상향됐다.
 
또한 예측치 못한 시장 리스크 발생 시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즉각적인 유동성 및 자본 지원도 가능해 압도적인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인가와 동시에 혁신기업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하나증권은 모험자본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인가 첫 해부터 발행어음 총 자금의 25% 이상을 혁신기업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망 혁신 비상장 기업의 초기 자금 수요에 선제적 공급으로 성장을 지원하고,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자본시장의 상장 비히클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래성장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이러한 가운데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도 2022년부터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올해 초에는 투자운용부문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재편해 발행어음 사업 개시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역시 올해 2~3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5,24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적극적인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한 주요 증권사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발행어음 사업의 경우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가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시장 확대 사업은 생산적 자본공급 확대, 혁신기업 투자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며 “모험자본 공급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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