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개월을 넘겼다. 인수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급하게 출범, 그간 어려워진 민생 챙기고 거세게 휘몰아친 미국발 관세 태풍에 대응하느라 정신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국민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을 오래 곁에서 지켜보아 온 지인은 그의 특장을 ‘부지런함과 현장성’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시장 도지사직을 역임하면서 현장을 살피고 지역 곳곳의 현안을 파악, 세심하게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자세가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 대통령은 이같은 현장성, 민생 세심한 곳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한켠에선 불안한 징후도 보인다.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표출된 잡음들, 거대 여당의 세련되지 못한 행위, 국민 정서에서 한참 벗어난 일부 인사 사면 등등이 그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잘해야 국민이 행복해진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면 그 댓가는 고스란이국민 불행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선거에서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국민들은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대통령’들 때문에 너무 많은 고통과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어찌 보면 윤석열의 비극은 그를 ‘지지하지 않은 세력의 강력한 압박과 위협을 참다 못해’ 비상계엄이라는 천추의 한으로 남을 악수를 둠으로서 초래된 것이 아닌가.
 
지지하지 않은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 것도 윤석열의 허물이다. 당시 거야의 횡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변명은 ‘내란죄’로 그들 부부를 철창에 가두고 말았다.
 
이런 비극적 사태는 윤석열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서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됐고, 고통을 받고 있고,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설령 자신은 지지하지 않았을지언정 다수의 국민이 지지해서 선출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이 잘 돌아가도록 협력해야 한다. 물론 건전한 비판과 견제 까지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민심(民心)을 거스른다면...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통치행위들은 민심을 거스르게 된다. 출범 초기 이재명 정부에서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없지 않은지 곰곰이 살펴볼 일이다.
 
민정수석비서관 교육부총리 여성가족부장관 지명자가 투기 논문표절 보좌관에 대한 갑질 등등 국민들 보기에 참으로 민망한 일들을 저지른 것이 드러나면서 낙마했다.

그들에 대한 임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 과정에서 온갖 변명과 당정의 해괴한 옹호 행위도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공무원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과거 발언들은 아예 귀를 닫아버리고 싶을 정도다.
 
‘이재명은 하늘이 낸 인재다. 민족의 축복이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임기를 길게 했으면 좋겠다. 20년은 해도 될 사람이다’
 
최 처장의 발언은 아부의 극치다. 이런 아부꾼을 중책에 임명하는 대통령의 설명이 듣고싶다. 국민들이 궁금해 한다면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일이다.
 
국무총리실 비서관으로 임용됐으나 첫날 자진 사퇴한 김진욱.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의아스럽다.
 
김씨는 이 대통령을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해온 대통령실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영채 인사비서관, 김남준 1부속실장 등과 함께 ‘경기 성남 라인’으로 꼽힌다.

김씨는 과거 조폭과 관련된 사건에 연루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 밖에도 대장동 사건을 변호한 변호사가 요직을 차지하는가 하면 인사 업무에 측근 비선 라인을 구축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의 이른바 ‘비선 라인 인사’ ‘문고리 4인방’ 같은 어두운 흑역사를 우린 생생히 기억한다.
 
인사에 실패하면 곧바로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훌륭한 인재를 구해 국정을 수행해도 힘든 터에 정실 인사, 보은 인사가 지나치다 보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터이다.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투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행위의 불법은 물론이고 여당의 국회 법사위원장이 고급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끼리끼리 주고받는 보은 인사는 반드시 부작용을 빚게 돼 있다. 민심을 거스르고 국민 정서와 엇나가는 행위는 곧장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다. 훗날 엄한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
 

투명하고 폭넓은 인사가 절실하다. 집권을 전리품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원로들이 12일 정청래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에서 당과 정부는 답을 얻었으면 한다.
 
“내란의 뿌리를 뽑고 한국을 민주주의의 반석에 올려달라. 그러나 개혁도 과격하지는 말아야 한다.”(임채정 전 국회의장)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대통령은 통합에 방점을 찍고 가는데 당은 너무 급하게 몰아붙이면 안 된다.”(문희상 전 국회의장)
 
“국민은 당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도 노력해야 한다”(정세균전 총리)

“개혁 속도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가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인 만큼, 김대중 대통령의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라는 말씀을 상기시켜드린다”(이용득 당 상임고문)
 
깊이 새겨들어야 할 원로들의 충고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답이 있을성 싶다. 제발 이재명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길 바란다. 국민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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