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준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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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상조 시장은 코웨이, 웅진 등 주요 기업들이 진출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20년 630만명에서 2025년 1분기 기준 96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선수금 규모도 10조3348억원으로 75.6% 성장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등의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른 상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례 지원에 국한되었던 상조 서비스가 최근에는 교육이나 웨딩, 여행 등 생애주기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보람상조는 최근 헬스케어 플랫폼 전문기업 비바이노베이션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건강 중심 복지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비바이노베이션은 ‘착한의사’ 앱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 보람상조 측은 협약을 통해 건강검진 외에도 인공지능(AI) 기반 추적관찰 결과지 등 맞춤형 헬스케어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활용 경험을 중요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보람상조는 크루즈 전문기업 두원크루즈페리, 골프리조트 아티타야, 메가스터디교육 등과 제휴를 맺으며 라이프케어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코웨이라이프솔루션도 ‘프리미엄 라이프케어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GC케어, 케어링, BnH세무법인, 케어닥 등 업계 대표 기업과 업무협약을 통해 맞춤형 케어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교원라이프 역시 올해 초 상조상품 납입금을 자유롭게 여행 등 전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생애주기에 맞춘 다양한 방식의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이렇듯 상조산업은 현재 빠르게 성장하면서 장례 지원을 넘어 교육, 웨딩, 헬스케어, 여행, 뷰티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상조 제도 대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마련돼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공정위는 최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정보제공 강화와 시장감시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선불식 할부거래 분야 통합 정보제공 플랫폼 구축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상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산업 육성이나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상조 서비스가 과거 장례 지원을 넘어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문화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도 상조진흥법(가칭) 추진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상조법 제정안 초안이 담긴 상조 서비스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법 제정을 검토했지만, 구체적인 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상조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통계청의 ‘11차 한국표준산업분류’가 개정되면서 장례식장 및 장의관련 서비스업코드에 ‘상조(장례) 서비스’가 예시로 추가되는 등 하나의 산업으로서 인정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간 상조업은 규제기관에서 가입자가 미래에 납부할 장례식 비용을 생전에 미리 선불로 받는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상조회사는 보험업이 아니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제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상조진흥법에 정부 담당 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지정하고, 상조업의 특수한 회계 처리 지표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재 상조 시장은 선납식 할부 거래 형태라 가입자가 납입한 월 납부 부금을 재무제표상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가입 고객이 증가해 부금이 늘어나면 부채가 커지는 구조로, 활발한 영업으로 선수금이 쌓여도 장부상으로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부실기업 취급을 당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고객이 납부한 부금의 50%를 은행이나 상조공제조합 등 금융기관에 예치기에 굳이 부채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에 “좋은 서비스로 고객들을 확보해 선수금이 늘어났지만, 회계 장부상 회사의 부채도 늘어난다”며 “이럴 경우 신사업 추진할 때 투자나 대출을 받기 어려워 많은 걸림돌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삼정KPMG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대형사 위주의 시장 재편과 플레이어 다양화, 정부의 규제 및 육성 투트랙 정책을 상조산업의 외적성장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당시 삼정KMPG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는 만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발전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 3.0 시대’에 진입하면서 단순한 장례 지원에서 생애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환상품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의 회계 기준을 변경한다면, 상조기업들은 더 빠른 성장과 함께 소비자 혜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듯 사업 육성을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