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사진=뉴시스
▲ 중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은행권이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 10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협약에 나선다. 이번 공동협약은 별도의 근거법이 없는 자율 협약인 만큼, 10개 기업의 자구안이 금융지원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석화업계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높은 비중이 시장성 차입으로 이뤄진 만큼, 은행권의 지원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채권은행들은 다음 달 중 ‘채권은행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범위 등을 결정한다.
 
앞서 정부는 석화업계에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연간 생산능력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NCC 생산 능력은 1475만 톤으로, 정부는 전체 생산 능력의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 톤의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정부가 기업별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정해주지는 않아, 자구안의 감축 수준과 실행력에 따라 금융지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석화업계 구조개편에 대해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 계획안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보유한 석화기업 여신 규모는 약 18조원으로, 석화업계의  익스포저 30조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채권은행들은 공동협약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정책자금 지원’ 등을 통한 금융지원을 검토할 전망이다. 채권은행의 75% 이상 동의 시 금리 변동 없이 만기 연장을 해주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편,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금은 이번 협약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석화업계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대출을 제외한 시장성 차입금은 약 1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성 차입은 은행 대출과는 다르게 채권자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등과 같은 지원으로는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도 상당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회사채나 CP의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신규 물량을 발행하는 차환에 나서는 방식으로 해결하지만,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가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1년 이내 만기 물량이 많은 기업의 경우 현금성 위기를 겪게 될 수 있으며, 차입금 상환 차질은 금융권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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