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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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인근 토지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통행 방해 금지 및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강제경매로 경기 광주시 소재 땅 1000㎡의 소유권을 취득해 수박이나 두릅 등을 경작했다. 해당 토지는 진입도로가 없었기 때문에 A씨는 인접한 B씨의 토지를 통해 드나들었다.
그러나 B씨가 2021년 8월 자신의 토지에 통행 금지 표지판과 펜스를 설치해 A씨의 출입을 방해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A씨는 통행을 요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부하자 펜스의 철거 및 통행 허락 청구·주위토지통행권의 확인 등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제219조에 따르면,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공로(公路) 사이에 통로가 없는 경우에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들 때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있다.
재판에서 1심은 B씨의 펜스를 철거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광주시가 A씨와 B씨의 토지 근처에 흐르는 하천 옆으로 폭 1m의 둑길을 설치한 점과 인근 임야를 통행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주변 둑길과 임야를 이용할 수 있어 B씨 땅을 지나가는게 유일한 통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인근 임야가 경사지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이 있으나 경사지와 배수로를 피해 통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 땅도 경사가 상당하고 배수로에 움푹 파인 구간이 존재해, B씨 땅을 통행하는 것이 임야를 통행하는 것보다 용이하다고 할 수 없다”며 “임야의 잡목 제거 등 통행로 개설에 소요될 비용이 B씨 땅의 통행로 개설에 소요될 비용보다 과다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둑길과 임야를 통해 자신의 토지로 통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2심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다른 토지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주위 땅을 통행하지 않으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이 있어야 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토지 이용에 부적합해 실제 통로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둑길로 땅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임야를 통과해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도 있다”며 “사람은 통행할 수 있더라도 농작물·장비 등을 운반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A씨 토지까지 임야를 최단 거리로 이동하더라도 76m에 이르고, 소유자가 각기 다른 3개 토지를 통과해야 한다”며 “해당 임야가 통행로로 사용되었다는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B씨 토지 통행로로 통행하는 것이 A씨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