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경기도 모처의 한 편의점에 프랑스 생수 브랜드 에비앙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사진=진민석 기자
▲ 27일 경기도 모처의 한 편의점에 프랑스 생수 브랜드 에비앙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사진=진민석 기자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프리미엄 천연 광천수’라던 프랑스 유명 생수들이 사실은 불법 정수 처리된 ‘정화수’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 정부가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해왔다는 상원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생수 스캔들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정경 유착’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르몽드(Le Monde)와 프랑스엥포(Franceinfo)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비앙을 포함한 주요 생수업체 최소 3분의 1이 수년간 불법 정수 기술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품 라벨에 ‘천연 미네랄 워터’, ‘천연 광천수’(natural mineral)라고 표기하면서도 자외선(UV) 소독과 활성탄 필터를 은밀히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법률은 정수 과정을 거친 제품을 ‘마실 수 있는 정수’로만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천연 생수’는 오염되지 않은 지하자원에서 추출돼야 하며 소독 공정을 거쳐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지난 5월 발표된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부와 부정경쟁·사기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9월 불법행위를 파악했음에도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기업들의 요청을 수용해 공급망 충격을 피하려 했고, 관련 규제 완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슬레 등 기업들은 200만유로(약 32억원)의 벌금을 내고 불법 관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상드르 위지예 프랑스 상원의원은 이번 사안을 “설명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기업·정부 유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