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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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우 의장은 이번 정기회가 이재명 정부, 여야 교섭단체의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열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생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안팎으로 거센 도전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동시다발적으로 얽힌 위기를 단기간에 타개하기 어렵지만, 구조적 전환의 과제는 그대로 밀고 가더라도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예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정치적 민주주의 너머에 있는 민주주의를 바로 보아야 한다”며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민주주의로 나아갈 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 의장은 더 이상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안 된다며 국회·정부·사법 모두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산재승인 사망자가 2098명으로 전년보다 82명이 늘었다”며 “사고사망의 94.3%가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사망자의 75%는 50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세사업장에서 나이 많은 노동자가 더 많이 희생되는 산재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라며 “위험의 외주화를 차단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과 정책적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해 산재보험기금 정부 출연금은 기금지출 예산의 0.15%에 불과해 법정 기준 3% 범위에 못 미친다”며 “매해 국정감사마다 지적됐지만, 제자리걸음이다. 노사정이 수차례 합의한 대로 국고지원 규모를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뉴노멀’이 된 통상환경에서 기술주권 확보, AI(인공지능), 기후·에너지산업 육성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략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유출 방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한국판 ‘IRA 법’ 논의해야 한다”며 “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적인 R&D 지원과 투자를 통해 산업 전반의 첨단화와 제조업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I 산업 육성과 AI 전환을 지원하는 입법은 물론 데이터 저작권과 개인정보 문제 등 제도 보완과 기업의 과감한 도전과 정부의 뒷받침으로 저탄소 산업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산업법과 RE100 산단 특별법 같이 신성장 산업의 발판이 될 법안들이 제때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개헌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2026년 지방선거일을 1차 시한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빈틈을 메우기 위해 개헌은 꼭 필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넓고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며 지난 대선에서 여야 정당 모두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회에서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해줄 것을 여야 정당에 요청한다”며 “내년 지방선거일을 1차 시한으로 정해 국회가 중심을 잡고 정부와 잘 협의하면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우 의장은 국회의장 자문기구를 출범시켜 ‘일하는 국회’, ‘삼권분립 강화’, ‘국민 눈높이’ 세 축으로 주요 과제를 발굴하고 논의하는 국회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기국회 100일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삶, 국민의 뜻”이라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각오로 여러 현안과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지난달 27일 공지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한복을 함께 입는 것은 격한 갈등의 정치 현실 속에서도 정치권의 화합과 국민 통합 의지를 국민 앞에 직접 보여주는 실천이 될 것”이라며 한복 착용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항의하며 상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공지에서 의원들에게 검정 양복, 검정 넥타이, 근조(謹弔) 리본 등의 복장을 입고 참석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