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022년 6월2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중도 우파 모뎀(민주주의 운동)당 지도자 프랑수아 바이루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022년 6월2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중도 우파 모뎀(민주주의 운동)당 지도자 프랑수아 바이루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프랑스 하원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하면서 출범 9개월 만에 내각이 해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저 지지율 속에 사임·탄핵 요구까지 받으며 프랑스가 다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 의원 574명 중 절반을 훌쩍 넘는 364명이 불신임안에 찬성했다. 극우 국민연합(RN)과 좌파 연합이 모두 불신임 표를 던지면서 바이루 내각은 작년 12월 출범 이후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지난해 1월 이후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벌써 4명의 총리가 낙마하는 정치적 불안정을 겪게 됐다.

중도우파 성향인 바이루 총리는 440억 유로(약 71조8700억원) 규모의 증세와 지출 삭감을 내세워 재정적자 감축을 추진했으나 거센 반발을 불러 결국 의회의 불신임으로 이어졌다. 

앞서 그는 “공공 지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재정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2024년 GDP 대비 114%로, 그리스·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엘리제궁은 며칠 내에 새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후보군이 부재해 정국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다수당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거듭 정치적 고비를 맞게 됐으며 마린 르펜 RN 의원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야당은 대통령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인 2027년 5월까지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날 로이터통신(Reuters)은 “프랑스 의회가 총리를 쫓아내며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치 불안은 프랑스 내부를 넘어 유럽연합(EU) 전반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EPC의 에릭 모리스 연구원은 “프랑스의 정치적 마비는 무역·산업 정책, 기술 전환, 기후 변화 등 EU 주요 의제에서 발언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France’s political paralysis could weaken its voice)”며 “이는 유로존 전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형성해온 프랑스가 혼란에 빠진 사이, 이탈리아는 정국 안정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가 상대적 안정성을 발판으로 EU 내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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