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일부 기업의 경우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아직 자사주 소각 관련 법안이 임박한 상황에 EB 발행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은 1조4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발행 규모인 8450억원을 이미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의 증가는 상법 개정안과 맞닿아 있다. 최근 ‘더 센 상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면서다.
자사주 소각이 법제화되기 이전 서둘러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첫 주에만 4곳 기업이 EB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은 예산이나 세제를 크게 건들지 않으면서 정치적 명분도 존재하는 만큼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기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일부 기업은 자사주 소각 대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등 유동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교환사채 발행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 법제화가 임박한 상황에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간 정부의 눈길이 부담스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교환사채 발행이 오버행(잠재물량) 이슈 등을 야기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교환사채는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향후 발생한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하거나,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메자닌 채권 중 하나로, 보호예수기간 또한 정해져 있지 않아 회사의 자사주 물량이 시장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가스익스와프(PRS)를 고려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RS는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은 경우, 이에 해당하는 차익을 정산하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특히, 파생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재 회계기준에서는 기업의 부채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최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기초로 PRS 계약을 맺고 최대 3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활용한 PRS 계약을 통해 7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업계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산업이지만, 현재 공모채 등을 통한 시장 조달의 한도가 거의 다 임박한 상태다. 때문에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PRS가 매력적인 자금을 조달 방식으로 여겨진다.
다만, DL그룹의 경우 PRS를 통한 자금조달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여천NCC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 가치 평가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도 있으나, 가치 산정 기준에 대한 논란 발생 우려와 유동성이 취약해 주가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거론된다.
PRS는 일정 기간 이후 기업의 자사주 등 기초자산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계약이다. 따라서 만기시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가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하락하는 경우 기업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투자자가 증권사인 경우 원금 손실 우려가 낮고 꾸준히 일정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평가받지만,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반영돼 증권사 회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계약마다 달라질 수는 있지만 주가가 하락했을 때 기업이 부담하는 구조의 PRS 계약이 대부분”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로 반영되지 않지만, 증권사에는 RWA로 반영된다는 리스크 요인이 있어 조기 상환 등의 조건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