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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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의 ‘건설투자 부진의 경기적·구조적 요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의 낮은 성장세에는 건설투자 부진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과 관련해 “건설경기가 3분기쯤 바닥을 친 이후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지난 5월 예상보다 건설투자가 더 나빠졌다”며 “건설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점은 금년도 성장 전망(0.9%)을 0.3%p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건설투자가 장기추세에 있어서도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보고서는 건설투자 부진 요인으로 크게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경기적 요인으로는 건설투자가 지난 2013~2018년 중 완화적 금융여건,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급격한 상승국면을 보였으나 2017년 이후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금융여건 긴축 등으로 장기간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선분양과 함께 부동산 부문의 저자본·고차입 구조가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건설투자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주거용 건물이 건설투자의 경기순환을 주도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0년대 들어서는 팬데믹 초기 유동성 공급 확대 등으로 일시 반등했으나 이후 공사비 급등, 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주·착공의 위축 및 부동산 PF 부실화에 따른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됐다.
보고서는 최근 역시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 다수의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따른 공사 차질 등 이례적인 요인이 부진 요인으로 더해졌다고 짚었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지역 간 수급 불균형’, ‘비주택 건설투자 제약’, ‘인구 고령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의 경우, 수도권은 높은 주택수요에도 토지 부족이 주택공급을 제약했으나 비수도권은 수요 부진으로 인한 미분양 주택 누적이 건설투자를 제약했다.
또한 기초 인프라 수요 충족으로 인한 토목건설 감소세가 지속되고, 상업용 부동산의 공급과잉, IT기업의 R&D(연구개발) 등 무형자산 투자 증대 등이 비주택 건설투자의 제약으로 작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은 팬데믹 이후 소비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자영업자 감소 추세 등으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며 공급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업용 부동산은 이전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아래 실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늘어나, 최근 구도심 및 신도시에 상가 공실률이 높게 형성됐다.
마지막으로 인구 고령화 문제도 주요 구조적 요인으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 심화로 핵심 주택매입 연령층인 30~50대 인구 비중이 2010년대 후반부터 감소로 전환돼 주택수요 총량이 기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건설투자는 불확실성 완화와 대형 토목공사 진척 등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으나 구조적 하방요인의 영향이 지속됨에 따라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투자 회복을 위한 단기 부양책은 부동산 부문으로의 신용집중 및 금융불균형 누증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켜 오히려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