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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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국 런던에서는 11만 명이 모인 반이민 집회가 극우와 반극우 세력의 충돌로 번졌으며, 네팔은 SNS 차단에 반발한 Z세대 주도의 시위 끝에 총리가 물러나고 첫 여성 총리가 임명되는 등 국제사회에 시위 물결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는 5만여 명이 운집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지도부 축출 가능성과 관련된 법원 판결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법원은 지난 2023년 치러진 전당대회 과정에서 투표 매수 등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를 두고 15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외즈귀르 외젤 CHP 대표 등 지도부가 권한을 잃게 될 수 있다.
시위대는 국기와 CHP 깃발을 흔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외젤 대표는 “사법 쿠데타에 맞서 모였다”며 “정부는 민주주의가 존재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억압으로 통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위협이 되는 모든 세력이 표적이 되고 있다”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튀르키예에서는 지난 3월 유력 대권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이 수감된 이후 정국 불안이 이어져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CHP 소속 시장 17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부패 수사 명목으로 구금됐다.
이러한 튀르키예의 혼란은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반정부 시위 흐름의 한 단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세르비아에서는 북부 도시 노비사드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독재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해 발생한 노비사드 기차역 붕괴 사고가 정부의 부패와 태만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 “우리는 선거를 원한다”고 외쳤고, 대학생들이 주도한 시위는 언론 자유와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산됐다.
그러자 부치치 대통령은 이들을 ‘서방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시위를 지지한 교수·교사 수십 명을 해임하고 충성파 인사들로 교체했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도심은 최루가스와 연기로 뒤덮였고, 국제사회는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영국 런던에서는 반(反)이민 정서가 대규모 시위로 분출됐다.
지난 13일 도심 화이트홀 일대에는 약 11만 명이 모여 ‘왕국 통합’을 내세운 극우 집회에 참여했다. 주도자인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집회”라고 주장했으나, 참가자들은 영국 국기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깃발을 흔들며 ‘난민 보트 중단’ ‘본국 송환’을 외쳤다.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슬로건 ‘마가’(MAGA) 모자를 쓰고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기도 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화상으로 참여해 “영국에는 반드시 정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졌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독일·덴마크의 극우 정치인들도 참석해 ‘극우 연대’를 강조했다. 시위는 경찰과 충돌로 이어져 최소 25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26명이 다쳤다. 동시에 런던 도심에서는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열려 극심한 사회 분열을 드러냈다.
네팔에서는 Z세대(1997~2012년 출생)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가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8일 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26개 SNS를 무더기로 차단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불만은 곧 정부 전반의 부패와 무능으로 확산됐고, 분노한 시위대가 정부 청사와 대통령 관저에 불을 지르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시위대와 수감자, 경찰을 합쳐 70명이 넘고, 부상자도 2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태가 악화하자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사임했고,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네팔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임시 내각을 이끌게 됐다.
카르키 총리는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뭉쳐야 한다”며 6개월 내 새 의회에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NS에서는 고위 장관들이 시위대에 끌려 나와 폭행당하는 영상이 확산되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