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4.25~4.50%에서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연준은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했다. 이후 12월까지 금리를 내렸으나,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도 꾸준히 금리를 동결해왔다.
연준은 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으로 고용 증가세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지목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4.3%로 상승했으며, 지난 1년간 실제 고용 증가폭은 기존 발표보다 약 100만 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은 FOMC 정책결정문에서 “올해 상반기 경제 활동의 성장이 완화됐다”며 “취업자수 증가가 둔화되고 실업률은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Job gains have slowed, and the unemployment rate has edged up but remain low)”이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의장도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고 다소 약화된 상황에서 노동자 공급과 수요가 모두 둔화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고용에 대한 하방위험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연준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스티브 마이런 신임 이사로, 그는 0.5%포인트 인하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한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이사는 이번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나 고용둔화가 현실화됐다는 판단이 아닌 리스크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FOMC 정례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결정이 위험 관리 차원의 인하(a risk management cut)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 경제전망요약(SEP)를 보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은 조금 올라갔고 물가와 실업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실업률이 8월 4.3%이고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1.5%라고 하지만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It's not a bad economy)”고 부연했다.
또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이는 매우 큰 효과는 아니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관세를 수출업자들이 지불하지 않고, 대부분 수출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회사들이 지불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비용을 전가할 의도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중간 공급망에서 관세 비용이 흡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가가 예상보다 더 느리고 작지만 일부 전가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금리 결정과 함께 업데이트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는 남은 기간 두 차례에 걸쳐 총 0.5%포인트 추가 인하될 전망이다. 이는 이날 진행된 인하를 합쳐 모두 3번으로, 지난 6월 점도표 상의 전망과 비교해 한 차례 더 늘어난 것이다. 점도표에 따르면 오는 2026년과 2027년 각각 0.25%포인트 한 번씩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내년 2~3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두 세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먼 댄구어 골드만삭스 채권·거시경제 전략 책임자는 “FOMC 위원 대다수가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는 위원회 내 비둘기파(dovish)가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현재의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려면 인플레이션이나 노동 시장 반등이 상당히 커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 요소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시점은 수도권 집값 흐름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01% 상승했다. 이는 6·27 대책이 있었던 지난 6월 다섯째 주 이후 10주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미 연준이 9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인하하면서 향후 국내 경기와 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으나, 연준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어 향후 미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미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의 재정건전성 우려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