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 대법원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한 휴대전화에서 별건 혐의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수사를 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 중령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군법무관이던 A씨는 전역 후 취업을 위해 지난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문서를 작성한 뒤 수차례에 걸쳐 검사와 변호사 등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이었던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특수단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은 A씨의 휴대전화 복제본을 생성해 모든 정보를 추출한 엑셀파일을 군검사에게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A씨의 비밀누설 혐의가 발견됐다. 다만, A씨는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국방부 검찰단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단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휴대전화 정보를 추출한 엑셀파일을 확보하고 그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주요 쟁점은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복제본에서 엑셀파일을 출력한 것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식별하기 위한 사전 준비절차로 볼 수 있다”며 “영장집행 과정에서 영장기재 혐의사실과 관계없는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탐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군 검찰이 A씨의 혐의에 대한 전자정보를 얻는 절차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는 사생활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집적되어 있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무제한적 압수수색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며 “A씨는 첫 영장 혐의사실의 피의자도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 포렌식 수사관으로서 스스로 또는 담당 수시기관의 협의를 통해 압수수색의 초기단계부터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로 탐색·추출 대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무분별한 별건 수사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A씨가 포렌식 작업에 참관하지 않은 것도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전자정보를 가독성 있는 엑셀파일로 생성·보관해 수사기관이 언제 어디서든 제한 없이 열람하고, 별건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까지도 허용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는 피압수자의 실질적 참여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전자정보가 이후 발부된 제2영장에 의해 압수됐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근거해 수집된 2차적 증거들도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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