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펀드는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조원을, 금융회사 등 민간에서 나머지 75조원을 마련하는 구조다. 직접투자, 간접투자, 인프라 투자 및 초저리 대출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이 정책은 금융 대전환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은행권 내부에선 기대만큼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정부가 정책펀드를 만들었지만, 많은 경우 간판만 바뀐 채 실질 수익이나 지속가능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딜펀드와 혁신성장펀드 등 모두 조성 초기에는 높은 기대감에 출범했지만, 투자 회수와 산업 파급력, 정책 목적 달성 면에서 결과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현행 규제 환경에서의 출자 요청에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성장펀드처럼 규모가 높아진 상황은 은행권에 비용 부담과 자본압박으로 이러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CET1) 하락과 배당,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의 제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책펀드 출자가 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면서 CET1 비율이 낮아지게 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과거에도 은행이 벤처·정책펀드에 출자할 때 위험가중치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성공적인 국민성장펀드 운영을 위해 위험가중치를 낮춰 은행들의 출자 여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도적인 부분은 수정을 통해 투자 유인을 제고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과거 정부가 내세운 정책펀드가 수익성과 실효성이 저조했다는 점에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를 출범시키고 5년간 총 20조원 조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조성 초기 5조6000억원 규모가 조성됐을 뿐 실제 투자 성과는 출범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운석열 정부 또한 ‘혁신성장펀드’를 내세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의 육성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해당 펀드 결성액은 수조원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사례처럼 정책 목표만 앞세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곳에 자금을 투입할 경우 투자 성과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금 집행 단계에서부터 민간의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과 회수 전략을 병행하는 정밀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과거와 같은 전철(前轍)을 밟지 않으려면 아닌 투자 회수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 대상 투자의 경우 IPO, M&A 등의 회수 경로 확보 또한 중요한 요소다.
예컨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합리화해 기업들에게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투자 운용의 전문성 및 투명성 확보와 회수 경로 설계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독일의 경우 공적 금융기관 독일 재건 은행(KfW)이 과거 코로나19 시기 중소기업 긴급대출을 투명하게 운영 및 관리하며 95% 이상의 회수율을 기록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얼마를 투자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투명하게 운용해서 실효성 있는 성과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펀드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운용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위험가중치 완화나 세제 인센티브 같은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은행과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유인을 가질 수 있다. 특정 대기업이나 수도권 프로젝트에만 치우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산업 생태계까지 고르게 지원하는 것도 정책 지속성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모였는가’가 아니라, 투자금이 얼마나 생산적 영역에 배분되고, 어떤 수익률과 성과로 되돌아오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정책목표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