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지난 2분기 미국이 우리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 규모가 주요 수출국 중 6위에 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폭이 47.1배에 달하는 등 매우 가파르게 올랐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2분기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 대상 미 ITC(국제무역위원회)의 관세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대미수출 관세액은 총 33억달러로 6위였다.
 
중국이 259억30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 47억8000만달러, 독일 35억7000만달러, 베트남 33억4000만달러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 뒤로는 캐나다, 인도, 대만, 아일랜드가 뒤를 이었다.
 
다만, 관세 증가 수준은 우리나라가 4위에 해당해 속도가 가팔랐다.
 
트럼프 2기 출범 전인 지난해 4분기 대비 우리나라의 관세 증가액은 32억3000만달러로, 중국 141억8000만달러, 멕시코 52억1000만달러, 일본 42억달러의 바로 다음에 위치했다.
 
증가율로는 우리나라가 4614%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를 이어 캐나다 1850%, 멕시코 1681%, 일본 724%, 독일 526%, 대만 377% 등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는 1분기까지 한미 FTA가 적용돼 관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2분기 들어 보편관세 10%, 자동차 및 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가 적용되며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 당시에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고율의 품목 관세가 적용되던 중국의 증가율은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의 품목별 2분기 대미 수출 관세액은 자동차 및 부품이 19억달러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기계류 3억1000만달러(9.5%), 전기·전자 3억1000만달러(9.4%), 철강 2억9000만달러(8.8%) 등 순이었다.
 
관세부과액을 수출액으로 나눈 ‘실효 관세율’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2분기 수출액 328억6000만달러, 관세부과액 33억달러로 10.0%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39.5%, 일본 12.5%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한상의는 “2분기 대미 수출액이 세계 8위임을 고려하면, 수출 규모에 비해서도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관세 부담은 우리 기업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국 수입기업이 관세의 64%, 소비자가 22%, 수출기업이 14%를 각각 부담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10월 이후에는 소비자가 67%, 수출기업이 25%, 수입기업 부담률이 8%로 관측돼 우리 기업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최근 미국 주요기업 CEO 122명 대상 조사 결과, 이들은 향후 6개월간 비용관리를 위해 89%가 공급자와 가격 협상을, 59%가 공급자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익 감소를 떠안겠다는 응답도 19%에 그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5%의 상호관세 중 수출기업이 1/4을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대미 수출의 3.75%를 관세로 부담하는 셈인데, 작년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기업에 부담요인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수출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및 입법적 지원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략산업 및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국내 생산량에 따라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강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환경에 적응해야하는 힘든 시기인 만큼 기업 경영에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하는 정책보다는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지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날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우려사항을 전달했다.
 
재계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조선·원전 등 미국 내 공급망이 완전치 못한 전략 산업의 국내 공급망을 통한 보완을 비롯해 관세 유예 및 면제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8월 정상회담 이후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미국 정부와 세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산업정책과 긴밀히 연계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 등 수출 시장 및 품목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기업의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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