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글로벌 상위 2000대기업에 속하는 중국 기업의 숫자가 10년 전 대비 52.7% 늘어날 동안 한국 기업은 도리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글로벌 2000대기업의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과 대비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글로벌 2000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는 시장 영향력, 재무 건전성, 수익성이 좋은 리딩(leading)기업을 꼽았다.
 
그 결과, 글로벌 2000에 속한 미국 기업은 10년 전인  2015년 575개에서 612개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역시 같은 기간 180개에서 275개로 크게 증가했지만,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감소했다.
 
기업 성장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2000대기업 중 한국 기업의 합산매출액은 2015년 1조5000억달러에서 올해 1조7000억달러로 15%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은 63% 증가한 19조5000억달러, 중국은 95% 성장한 7조8000억달러로 크게 뛰었다.
 
대한상의는 이를 두고 “중국의 기업생태계가 ‘신흥 강자’를 배출해서 힘을 키웠다면, 미국은 ‘AI 등 첨단IT를 활용한 빠른 탈바꿈’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별 기업의 사례에서도 미국은 엔비디아가 매출 성장률이 2787%로 폭증했으며 유나이티드헬스(314%), 마이크로소프트(281%), CVS헬스(267%) 등 첨단산업·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스톤X(금융상품 중개), 테슬라(전기차), 우버(차량공유) 등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신규 진입했으며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도어대시(음식배달), 블록(모바일결제) 등 IT기업들도 새로 명단에 등재되는 등 성장세가 이어졌다.
 
중국 역시 알리바바(이커머스) 매출이 10년 전 대비 1188% 급성장했다.

또한 BYD(전기차)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게임) 671%, BOE테크놀로지(디스플레이) 393% 등 첨단기술·IT 분야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외에도 파워차이나(에너지), 샤오미(전자제품), 디디글로벌(차량공유),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등 에너지, 제조업, IT를 포함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에 신규 진입했다.
 
한국은 SK하이닉스(215%), KB금융그룹(162%), 하나금융그룹(106%), LG화학(67%) 등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금융기업에서 새로 등재되는 모습이었다.
 
대한상의는 “한국기업 생태계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로, 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성장할 유인이 적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김영주 부산대 교수가 12개 주요 법률(상법·공정거래법·외부감사법 등)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었으며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의 보다 빠른 성장을 위해 기업 생태계 정책을 제안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이달 초 구윤철 부총리 등이 참석한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최 회장은 “기업가 정신 제고를 위해서 규제를 전수조사를 해 달라”며 “대기업 숫자가 많아지는게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지속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지역 ‘규제 제로 실험장’ 등 메가샌드박스를 활용한 일정 지역·업종 등에서의 규제 개선을 통해 기업의 AI 등 첨단산업 투자 여건 조성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영국 ‘섹터 딜’을 참고해 지원을 균등하게 나누기보다는 될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할 것을 주장했다.
 
산업계가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정부가 협상을 거쳐 프로젝트에 매칭 지원하고, 이를 프로젝트에 속해 있는 대·중소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이 분배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규제 필요 시 ‘사전규제에서 사후처벌로’, ‘규모별보다 산업별 제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 해에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에서 대기업 되는 비중이 1~2% 정도”라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기업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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