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뉴시스
▲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한미 간 관세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에 약속된 대미 투자금을 더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한국이 이미 합의한 3500억달러(약 495조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에 기존 합의안을 넘어서는 투자 증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최종 규모는 일본이 결정한 5500억달러와 유사한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협상의 핵심 인물로, 한국과의 관세협정은 일본과 맺은 조건과 동등하거나 최소한 이에 근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투자금을 대출 방식이 아닌 현금으로 직접 투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와 동시에 투자 수익의 90%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으며, 투자금의 사용처 결정권도 미국 정부가 보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 요구대로라면 한국은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달러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지만, 한국이 3500억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납입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제2의 IMF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WSJ는 이번 한미 협상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추진 중인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과 최종 협정을 맺은 국가는 일본과 영국뿐이며, 나머지 국가는 서명을 앞둔 상태다. 한국의 협상 결과가 향후 다른 국가들의 협상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조건이 달라질 경우, 대기 중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일본 측의 반발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며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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