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증시 고평가 관련 발언과 인공지능(AI) 버블론 등이 다시 고개를 들며 미 증시 방향성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약 8950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에 세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대거 유입되는 배경에는 최근 뉴욕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AI 산업이 주도하는 기술주 열풍에 최근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흘러간 종목은 엔비디아로 598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42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가 해외 순매수 주식 1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일부 주요국의 증시 투자금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음에도 미국 증시 투자금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도 이목이 쏠린다.
세이브로 통계에 따르면, 유럽 시장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5월과 비교해 이달 약 55%의 감소를 나타냈다. 일본과 중국 역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수치와 비교하면 이달 11일 기준 각각 8.21%, 0.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증시의 투자금(11일 기준) 1421억달러(약 197조8898억원)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증시의 직접 투자와 함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최근 1년간 약 7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한국예탁결제원의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25개 기업을 보관액에 비례해 편입하는 상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주간거래가 오는 11월 부터 재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주간거래는 국내 투자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미 주식 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앞서 지난해 8월 5일 글로벌 증시 폭락 당시 미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주문 일괄 취소 사태로 잠정 중단된 바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거래 재개에서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복수의 거래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뉴욕증시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미국 주식 고평가’ 발언과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기 등으로 상승세가 꺾인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 발표로 인해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진행되면서 하락했다”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트럼프의 의료기기 조사 등 관세 이슈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요 테마주들이 동반 하락한 점도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