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의 대만 신주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 대만 TSMC의 대만 신주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대만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50:50 생산’ 구상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야권과 업계 일각에서 “실리콘 방패 훼손” 우려가 제기되며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반도체 생산을 미국과 50대 50으로 나누는 데 대해 약속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이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의 참여 여부와 관련해선 “미국과의 해당 논의에 TSMC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매우 명확히 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만이 생산능력 이전이나 분할 약속이 아닌 ‘대만식 모델’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모델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면 정부가 금융보증 메커니즘으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과학단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산업 클러스터를 함께 육성하는 한편, 미국은 토지와 전력·수도 등 인프라, 비자와 규제 환경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25~29일 열린 5차 협상에서도 “미국 측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대만에 50:50 생산 분담을 제안했다고 밝힌 데 대한 공개 답변으로, 정 부원장은 귀국 직후에도 “협상팀은 5대 5 분할에 승낙하지 않았고 이번 라운드에서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1야당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은 “TSMC를 사실상 미국으로 옮겨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친미라 해도 무한정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누구도 대만을 팔아넘기거나 실리콘 방패를 훼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 자오샤오캉은 “50대 50이 아니면 60대 40이냐, 70대 30이냐. 동의하지 않으면 관세가 오르느냐”며 “단순한 부동의 표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퉁쯔셴 페가트론 회장은 “대만 반도체 경쟁력은 수십 년 전략과 인재, 자본의 축적 결과”라며 “선거를 의식한 성과 위주의 50:50 제안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경쟁력에 불리하다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