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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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CT 및 MRI 등록 연도 기준 전·후 2년간 건강보험 청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MRI를 새로 설치한 기관의 평균 진료비는 설치 전 2년간 5억2729만원에서 설치 후 2년간 9억9677만원으로 89%(1.89배) 늘었다.
같은 기간 검사 건수도 1.84배 증가했다.
CT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설치 전 9억7058만원이던 평균 진료비가 설치 후에는 13억1268만원으로 35.2%(1.35배) 늘었으며, 검사 건수도 같은 기간 1.36배 증가했다.
이처럼 영상 장비 확충이 이어지면서 의료 이용량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은 전국적으로 확인된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전국 의료기관에 신규 등록된 CT와 MRI는 총 2835대로, CT 1607대, MRI 1228대가 도입됐다. 연평균 약 473대의 장비가 새로 깔린 셈이다. 특히 가장 많이 늘어난 연도는 CT 2022년 309대, MRI 2020년 245대다.
보건경제학에서는 의료 공급이 늘면 이용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현상을 ‘공급 유발수요’라 부른다. ‘병상이 늘면 입원 환자가 늘어난다’는 ‘로머의 법칙’(Roemer’s Law)과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필수 진단 장비라 하더라도 일단 설치되면 병원 수익 등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김 의원은 “MRI와 CT는 필수 장비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대표적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장비 확충이 과잉 검사나 진료비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심평원이 설치 후 청구 변동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장비 분포, 검사 활용률, 의료기관별 이용 패턴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비의 양적 확대와는 반대로 공공의료기관의 장비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의료장비의 절반 이상이 사용 가능 기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들은 평균 70만원의 MRI 검사비를 지불하고도 최대 18년 된 장비로 검사를 받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암센터에서 제출받은 ‘의료장비 노후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의료장비 1169개 중 53%가량인 618개가 조달청 내용연수를 초과했다.
이 중 부품 단종 등으로 수리가 어려운 ‘내용연수 초과 5년 이상’ 장비는 426개로 69%에 달했고, 10년 이상 초과 장비는 173개, 15년 이상은 83개였다.
한 의원은 “암 관리 중심기관인 국립암센터의 장비 노후화는 진단 정확도 저하와 치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장비 전수조사와 단계적 교체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훈병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보훈공단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 보훈병원이 보유한 의료장비의 40% 이상이 내용연수 7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