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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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은행의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의 건설투자 중심 경기부양책의 경기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990년대 초 일본 버블 붕괴 직후에도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로 건설투자는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1990년대 후반까지 주택건설도 완만하게 증가했다.
한은은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 건설투자 중심의 경기부양책은 고용 사정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면서도 “재정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체질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배분’, ‘지방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소비의 장기부진’, ‘재정상황 악화’ 등이 꼽혔다.
특히 버블 붕괴 직후 정부의 주택건설 부양을 위한 주택구매 유도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어진 주택가격 하락세는 2000년대 들어 부채상환이 이뤄짐에 따라 가계소비가 장기간 제약됐다.
또한 일본 정부부채 비율이 GDP 대비 60% 수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감세정책 등으로 급등했으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재정투입 여력이 축소돼 1998년 대형 금융기관 파산 시점까지 부실채권이 쌓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은은 “공공투자의 본래 역할은 사회자본을 건설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지만 일본은 내수 진작, 고용 대책으로서의 역할이 과도하게 강조됐다”며 “인구가 감소한 현재는 당시 건설된 인프라의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건설투자가 고도성장 시기와 함께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세 둔화에 건설투자가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에 중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지난 2016년 33%로 정점을 찍었으며 2020년까지 3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중국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 및 과잉 건설투자 우려 대응을 위해 디레버리징을 주도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보고서는 정부 규제 강화가 신규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져 헝다 등 일부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과 공사중단이 발생했으며, 투자심리 위축에 판매가 급감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부동산부문 침체가 과도해지자 중국정부는 2022년 이후 부동산경기 부진을 완화하기 위한 수요 및 공급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부동산부문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한은은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경기회복력 저하, 건설투자의 장기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토대가 될 수 있는 건설투자를 확대해 나가되,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