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Bloomberg)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금액, 시간표, 손실을 어떻게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아직 쟁점”이라며 “협상은 진행 중이지만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도출한 이후 세부 조율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문이 공동 서명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 한국에 파멸적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며 “대화가 이어지고 있고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지연이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으로서,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결과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 대비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길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은 매우 ‘타결’(being finalized)에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도 준비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양 정상 간 인식 차가 확인되면서, 경주 정상회담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협의가 실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쟁점은 정상회담에서 직접 조율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민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노동자들의 안전과 합리적 대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돕고 있다”며 “비자 문제는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 측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국이 논의 중인 비자 제도 개선은 머지않은 미래에 해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안보 현안에서는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한 것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자주국방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양국 간 갈등은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이런 조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의 최근 금리 동결을 “올바른 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미 부동산 과열로 인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추세가 계속되면 버블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며, 단지 경제 위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한국은 30여 년 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여전히 고통받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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