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기면서도, 동시에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는 시각이 견지됐다.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기고 중국의 힘을 보여주다’(The Art of Letting Trump Claim a Win, While Walking Away Strong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이 희토류 수출 독점권과 미국산 대두 구매력이라는 경제적 ‘지렛대’를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핵심적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최근의 우여곡절은 양측 모두에게 교훈이 되어야 한다. 양측은 더 큰 그림을 보고,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는 대신 협력의 장기적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의하듯 조언을 건넸다.

NYT는 중국 정부의 회담 요약문을 인용하며 “시 주석이 이 발언을 통해 ‘중국은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으며, 미국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분석했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무역·관세 전쟁을 시작했을 때 이에 정면 대응한(blow for blow) 나라는 중국 뿐이었다”며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미국이 앞으로 중국을 제재하기 전 두 번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성과’를 포장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한 듯, 희토류 수출 제한을 보류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한 조치가 실제로는 ‘현상 복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대내적으로는 합의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다”며 “시진핑은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중국 내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지도력’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조너선 친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정책은 일관된 전략이 없는 채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두더지 잡기 게임’(whack-a-mole)을 벌이는 데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NYT는 중국 측이 회담 요약문에서 ‘대만 문제’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며 “이 누락(omission)은 시 주석이 갈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접근으로, 이번 회담의 실질적 양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으로 양국 간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는 있지만, 어느 한쪽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해석될 만한 조치를 취할 경우 평온은 쉽게 깨질 것”이라며 “이번 ‘휴전’은 구조적 경쟁의 전조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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