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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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일 “광주고법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데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자백 진술을 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법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이로 인해 오랜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A씨와 그의 딸 B씨는 2009년 7월 전남 순천시 소재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 2012년 해당 형이 확정됐다.
이후 2022년 백씨 부녀는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달 28일 광주고법이 백씨 부녀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재심 재판부는 문맹인 백씨 A씨와 경계선 지능을 가진 B씨에 대한 검찰의 위법 수사를 모두 인정했으며 검찰이 추측만으로 이들을 압박해 피고인의 자백과 동기에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지적 능력, 학력, 자백 진술의 개연성 등을 모두 살펴보면 피고인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된다”며 “신뢰 관계인 동석 없이 자백 진술이 이뤄졌고 진술거부권도 고지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도 검찰이 예단을 가지고 질문과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결박되는 등 현저히 불안한 상태에서 아버지와의 공모를 인정했기에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백씨 부녀 측은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형사보상을 이달 안에 청구할 예정이며, 강압수사 등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