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부지법 전경. 사진=뉴시스
▲ 서울동부지법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의 돈을 조직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5부(김양훈 부장판사)는 전날(4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16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해 피해자 7명으로부터 약 1억1000만원의 피해금을 수거하고 조직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서민 대출이나 대환 대출을 권유하면서 현금을 받고 테더 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변환 후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을 지적하며 A씨가 현금수거 및 환전책 역할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 측 변호인은 그가 병역을 마친 뒤 연예 기획사에 합격한 배우 지망생이었다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 조직이 ‘코인장외거래’ 업체라고 안내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A씨 측은 “피고인은 지시를 받고 현금 이체, 가상자산을 구매해 이체한 것은 맞지만 업체가 피싱조직인지 몰랐다”며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송금책, 환전책 등은 자신이 어디에 관여돼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측은 재판에서 A씨의 범죄 행위가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액 아르바이트비를 받기 위해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은 행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는 것은 모두 범죄를 실현하는 행위”라며 “보이스피싱 공모 및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유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경제적 피해 뿐아니라 삶이 무너질 정도로 정신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상대로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준다며 속여 현금을 교부한 것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를 기망한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범”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판결을 요청했으며 “설령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피해자들이) 처벌불원 의사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부연했다.
 
특히 A씨는 최종변론에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고 무지로 인해 사건에 휘말린 제가 너무 부끄럽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보고 싶다”고 진술했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8명은 만장일치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며,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에 대해 찬성의견을 냈다.
 
법원은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며 “현금 수거 및 가상자산 구매 전달책 수행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실체와 구조에 피고인이 역할을 확정적으로 알고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 4명과 합의하고 나머지 3명에 공탁한 점,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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