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cidddddd@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인도 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 속에 현지 기업들의 ‘기술 독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둘러싼 기술 유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4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LG에너지솔루션 수석연구원 출신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0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 공장에서 근무하다 2023년 11월 인도 전기이륜차 제조사 올라일렉트릭으로 이직하면서, 2차전지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 제조 공법과 치수, 원재료 비중 등 핵심 공정 기술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무단 반출 시 형사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경찰은 지난 8월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내부 이메일과 저장매체에서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수사 착수 직후 다시 국내 한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중심에 선 올라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 파트너사로, 2020년 첫 전기 스쿠터 ‘올라 S1’을 출시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시장조사업체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인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지난 2022년 약 42억9500만달러에서 오는 2031년 25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2.1%로, 배터리 수요도 2023년 4GWh(기가와트시) 수준에서 2035년 139GWh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전기차용 배터리다.
이 같은 전망은 인도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확대 정책에 기반한다. 인도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7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승용차의 30%, 버스 40%, 상용차 70%, 이륜·삼륜차의 80%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도는 전기차 제조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과 전기모터를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업적 규모의 배터리 셀 생산 역량을 가진 토종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대학·연구기관 중심으로 배터리 연구를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는 기술 이전과 현지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자립’ 기조 속에 일부 현지 기업은 외국계 파트너로부터의 기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게 된 배경에도 이 같은 현지화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라일렉트릭은 인도 전기이륜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지난해 32만9000여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인도의 전기이륜차 보급률은 5%대에 불과하지만, 향후 폭발적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2023년 이륜차 판매 1586만대, 생산 1945만대로 각각 세계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