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 시간) 실시된 뉴욕시장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맘다니 후보는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제치고 차기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사진=뉴시스
▲ 4일(현지 시간) 실시된 뉴욕시장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맘다니 후보는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제치고 차기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미국 뉴욕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 30대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치러진 선거에서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동부시간 오후 9시37분 개표 초반 결과를 토대로 맘다니 후보의 승리를 긴급 타전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맘다니는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으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맘다니 신임 시장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뉴욕 퀸즈에서 성장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고물가와 임대난에 시달리는 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 대중교통 및 무상보육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부유층 증세를 통한 복지 재정 확충을 제시했다. 맘다니 시장은 “뉴욕은 세계적 도시이지만, 시민의 삶은 그에 걸맞지 않다”며 “도시의 번영이 시민 개개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약은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 등 미국 진보·사회주의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다. 반면 공화당과 재계에서는 “좌파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내 중도파 역시 급진적 공약에 우려를 표하며 당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쿠오모 전 주지사가 무소속으로 본선에 출마해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를 형성하면서, 선거는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뒤늦게 맘다니 지지를 공식화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생활비 폭등에 대한 공감대와 ‘세대 교체’ 기대감이 진보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는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며 반(反)맘다니 단일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의 당선 직후에도 “그가 뉴욕을 경제·사회적 재앙으로 만들 것”이라며 “맘다니가 취임하면 뉴욕시의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미국 정치의 ‘세대·정체성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한다. 30대 무슬림 정치인이 미국 최대 도시의 수장이 된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CNN은 “조란 맘다니의 당선은 진보 세대의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 정치의 다양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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