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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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전날(5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게 각각 징역 3년, 노 전 실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하고 공용전자기록을 삭제한 뒤 피격 후 소각된 국민을 월북자로 둔갑시켰다”며 “국민을 속이고 유가족도 사회적으로 매장한 심각한 범죄”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서 전 실장에 대해 “피고인은 국가 위기 상황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격·소각 사실을 알고 이를 은폐할 것을 기획·주도한 자로서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라며 “죄책이 무거운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으로서 북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수장임에도 안보실장의 은폐 계획에 적극 동참했다”며 “첩보 및 보고서 삭제를 지시해 국가 기능 마비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 전 장관에 대해 “군 지휘 감독의 책임자로, 합참으로부터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노 전 실장에 대해선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첩보 및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관리해 죄책이 무겁지만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행동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발언했다.
이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에서 북한과 연락할 채널이 없어 구조와 송환 요구를 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대통령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국민 사기 발언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엄청난 조작과 살인이 이뤄지는 동안 국가와 안보라인과 수사라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이 저지른 살인 과정을 지켜봤단 건 공직자로서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후변론에서 “이대준씨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고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 사건은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이 기획·지시하고 국정원 일부 직원들과 감사원·검찰이 공모실행한 것으로 윤석열 정권의 조작이 60여 차례 재판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은 “오랜 세월 공직 경험을 통해 제가 깨달은 건 한 정권의 단기적 이해를 위해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되고 또 그럴 수도 없단 것”이라며 “새 정부가 시작되자마자 새 대통령으로부터 이 사건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연일 일방적 내용을 브리핑했고,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을 선별적으로 추출해 언론에 알려주며 여론몰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고, 다음날인 9월 22일 북한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서 전 실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뒤, 다음 날 새벽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해 사망 사실을 은폐하고 국방부 등을 통해 ‘자진월북’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비서실장도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문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안보 인사들이 공무원으로서 국민 보호에 실패하고도 당시 남·북관계 악화 및 대북정책 실패 여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자진 월북’ 프레임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뀐 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감사원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검찰은 2022년 12월 이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26일 오후 2시를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오직 증거에 의해서만 유·무죄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