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마이크 두스타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보 노디스크와 '젭바운드'의 일라이 일리가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마이크 두스타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보 노디스크와 '젭바운드'의 일라이 일리가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자국 내 약가를 ‘최혜국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에서 월 1000달러(약 150만원) 이상에 판매되던 주요 비만치료제의 가격이 250~350달러(약 36만~5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각각 생산하는 ‘젭바운드’와 ‘위고비’의 미국 내 판매가를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회사가 미국 환자에게 비만치료제를 최혜국 약가로 제공하기로 했다”며 “위고비는 월 1350달러에서 250달러로, 젭바운드는 1080달러에서 346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및 특정 장애인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가입자는 정부 보조로 본인 부담금이 50달러 수준까지 낮아진다.

소비자는 연내 개설되는 전용 웹사이트 ‘트럼프알엑스(TrumpRx)’에서 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로,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 효과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뚱보 약’(fat drug)이라고 부르는 이 약들은 효과가 탁월하다”며 “수많은 미국인의 건강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처방약의 13%를 소비하며, 제약사 이익의 75%를 부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올해 초 행정명령으로 ‘최혜국 약가’ 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번 조치는 관세정책과 맞물려 가능해진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의 약가 체계는 제약사 자율에 맡겨져 있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민간 보험사의 유통 수수료가 더해져 다른 선진국보다 비싼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번 합의로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단기적으로 매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글로벌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 초반대까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고, 일라이 릴리 역시 “초기엔 가격 하락이 있으나 판매량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고 했다. 두 회사는 대신 3년간 의약품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약값 인하로 단기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메디케어 등 대형 의료보험 네트워크를 통해 수요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MO캐피털마켓 헬스케어 부문 연구책임자 에번 시거먼은 “두 회사는 약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겠지만 6700만명에 달하는 메디케어 가입자층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 이익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삼아 글로벌 제약사들에 약가 인하를 요구해왔다.
앞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잇따라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인하에 합의했다.

이날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는 더 이상 글로벌 제약사의 ‘현금자동기’가 아니다”라며 “이번 조치는 미국 의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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