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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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수사팀은 8일 새벽 3시 22분께 “대장동 수사 및 공판팀은 항소기한 내인 지난 7일 항소장을 제출하고자 했으나 자정에 이르기까지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지난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업자 5명에게 징역 4~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판결에 불복하려면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했기에 이들의 항소 시한은 7일 자정이었다. 이 기간 안에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검찰 측은 항소를 포기했고,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검찰 수사팀은 “1심 재판부조차도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한 법률적 쟁점들은 물론 일부 사실오인, 양형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지난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없이 절차가 마무리되어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없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검과 중앙지검의 지휘부가 적법타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 믿고, 내부절차를 이행하며 기다렸다”면서 “결국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는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하여 검사들로 하여금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김씨에게는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여원을 선고했다.
또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에게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과 38억원의 벌금과 37억2200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이들 모두 법정구속 됐다.
당시 재판부는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했다.
특경법 배임이 유죄가 인정되면 이득액 규모에 따라 최소 3년 이상·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지만,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이번 결정의 배경을 두고 법무부가 사실상 항소 포기 의견을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미 검찰 구형량 절반 이상의 중형이 선고됐고, 법리적 문제도 크지 않다는 판단을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관행적 항소·상고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어 정부의 기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 논의도 결정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1심 재판부도 “배임죄가 완전 폐지되면 부작용이 예상돼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논란의 정책적 상황을 특정했다.
반면 대장동 수사팀은 “법리적 쟁점이 충분히 존재하고 일부 사실오인도 있어 당연히 항소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뇌부가 항소를 막았다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