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일 싱가포르 '마리나 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 제도의 장점을 용산이나 세운상가(지구)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화이트 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 지난 31일 싱가포르 '마리나 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 제도의 장점을 용산이나 세운상가(지구)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화이트 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이 “종묘 훼손 우려가 있다”고 공개 비판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관계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이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종묘 훼손을 주장했다”며 “시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민단체 성명처럼 일방적 비판을 쏟아냈다”고 적시했다.

이어 “율곡로 복원, 한양도성·흥인지문·경복궁 월대 복원 등 시는 여러 역사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종묘 일대는 60년대 판자 지붕 건물이 방치된 ‘폐허 수준’으로, 도시 재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비판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다.

최 장관은 같은 날 종묘 정전 앞 기자회견에서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1960~70년대식 난개발 행정의 반복”이라고 주장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종묘 앞 고층 건물은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재개발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환경·문화재 단체들도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고고학회는 긴급 입장문에서 “종묘 앞 하늘과 시야를 가르는 초고층 건물은 문화적 기억을 잘라내는 일”이라며 “어떠한 개발행위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종로변 최고 높이를 55m에서 98.7m, 청계천변을 141.9m까지 상향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했다. 

종묘 논란은 최근 새만금국제공항 판결로 촉발된 ‘세계유산 보호 기준’ 논쟁과도 맞물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11일, 사업지에서 7㎞ 떨어진 ‘서천갯벌’이 세계자연유산·습지보호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를 고려해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유산구역 확대’, ‘통합관리체계 구축’, ‘개발관리’ 등 조건을 달고 등재됐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보전 범위가 충분하지 않다며 반려를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의 교섭을 통해 등재가 성사된 바 있다.

특히 세계유산인 종묘와 서천갯벌을 두고 법원과 정부의 대응이 엇갈린 점도 논란을 키운다. 

대법원은 지난 6일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 없이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종묘 앞 고층 개발 가능성을 열어준 반면, 새만금국제공항과 관련해서는 인근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사업을 제동 걸었다.

정부의 온도차에 관한 지적도 나온다. 종묘는 국내 문화적 가치를 이유로 개발에 반대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은 국제기구의 권고보다 국내 개발 논리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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